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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y 16. 2022

5월 16일 월요일

나의 난임 일기

1. 난임

결혼한 지 햇수로 6년 차. 우리는 난임부부이다. 어떠한 시술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사랑과 열정만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은 지 2-3년이 지났고 2번의 짧은 임신으로 시술로 가는 기회는 조금 멀어졌다. 자연임신이 되었다는 그 이력은 누구에게는 기회이면서 누구에게는 무한한 기다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누구에게도 난임이라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덧붙여 오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러 시술들을 이어 물으며 어떤 시술은 해보았냐 이게 효과가 좋다더라부터 시작해 흑염소즙이며 흑마늘즙이며 온갖 민간요법과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관심은 더러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저 잠자코 있었다.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겼다.


2. 체중 증가

3달 전부터 작은 약을 먹기 시작했다. 하루에 2알씩 먹으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지는 그런 약이었다. 몸에 부담이 간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인공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자의 반 타의 반 꾸준히 먹고 있다.


한 달 전부터 기분 나쁘게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갑상선이나 다른 호르몬의 문제일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조금 안정되고 생각해보니 그 작은 약 때문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호르몬제를 세 달 동안 먹으니 피할 수 없었던 결과일지도.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살이 너무 쪄서 샐러드를 시켜다가 매일 곯은 배를 안고 잠에 들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갑갑한 마스크 아래서 하루 한 시간씩 운동을 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건강한 내가 되는 것이 엄마가 되는 길의 시작이긴 하지만 때로는 나의 몸이 어떤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지 약간의 의문과 씁쓸함이 생기기도 했다.


3.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족욕을 한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한다. 단백질을 일부러 챙겨서 먹고 꼬박꼬박 고기도 챙겨 먹는다. 느슨한 마음과 흐린 눈으로 여러 어플 속 가능성과 일자들을 마주한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사실은 그 반대의 질문이 나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4. 언젠가

언젠가의 아침에는 이러다 갑자기 임신이 되면 지하철과 버스에서 그러니까 지옥철과 만석 버스에서 지쳐갈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열심히 운전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언젠가의 주말에는 안방에 만들어둔 붙박이장에 옷 정리를 해야지 그래야 빈 방이 생기고 아이 물건을 쌓아두겠지 라는 앞선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 언젠가는 이러다 어느샌가 엄마가 되지 않고 건강한 나와 남편이 꾸리는 우리 둘의 가족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럴 가능성도 언젠가는 있을 수도 있으니까.


5. 5

새로운 사무실로 옮기고 2달째. 업무의 많고 적음이 확연하고 나는 그 파도를 타고 있다. 파도를 타는 유일한 이유는 적을 때 잘 놀고 많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데 지금은 큰 파도 앞에 서 있다.


오랜만에 대면으로 하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 지난주부터 케이터링부터 행사 진행과 선물 등을 준비하느라 마음과 몸이 아주 분주하다. 이번 파도가 끝나면 조금 잔잔해지겠지 하는 기대감과 함께 이번 주도 열심히 잘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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