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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4. 2022

임신 5주차

아기집이 생기고 7.5mm가 되었고 입덧이 시작됐다.

피검사로 임신을 확인하고 아기집을 보기까지 1주일.


5주 2일. 아기집은 7.5mm로 주수에 딱 맞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하셨다. 예전 임신에서 봤던 아기집의 크기였는데 예전에 흐릿하게 보였던 난황이 보이지 않아 여쭤보았다. 알고 보니 예전 임신의 7mm는 5주차가 아닌 6주차였다고, 그땐 그게 주수보다 작고 불안정했던 크기였다는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이제야 이전의 임신들이 조금씩 늦었고 조금씩 불안했다는 것을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나는, 내 삶은 조금은 고요하고 안전한 수준으로 살면 된다. 거실 한편에 요가매트를 꺼내 두고 조금씩 스트레칭을 했다. 마음이 조금 평안해졌다.


다만 아기집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이후 몇 주안에 난황, 심장 반짝임, 심장 소리, 그리고 태아까지 보아야 안정적인 임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큰 기쁨이나 아주 큰 두려움이 오지 않았다. 아직은 그런 것을 논할 수 없는 극초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 전 늦은 밤. 맘 카페에서 본 자궁외 임신 글들이 나를 조금 괴롭혔을 뿐. 난소의 물혹도 걱정인데 난소 근방에 착상되어 자궁외 임신까지 겪게 되면 '과연 임신에 적합한 몸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앞선 의문이 들기도 했다.


수십 번의 시술에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종종 내가 그들이 된다면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곤 했다.  때로는 나에게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어서, 임신을 버틸 신체적 정신적 조건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기가 오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임신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엄마'라는 자리에 대한 나 자신의 적합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모르는 불가항력적이고 선천적인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5주 4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30~40분을 서서 가기 곤욕스럽기 시작했고 임산부 좌석은 아무도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길로 바로 운전연습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연습을 해야 이 임신이 성공으로 밝혀졌을 때, 출산 이후에도 내가 그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내 삶을 산다.'의 모토 뒤에 절대 안정이라는 내 자신의 방어기제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름 이전의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 기준에 크게 안정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임신을 확인하고 거의 열흘 동안 저녁 9시면 침대에 누워 누구보다 빠르게 잠에 들었다. 극한의 안정을 취했다. 오랜만에 친구 집에서 단란하게 저녁식사를 하다가 복통이 너무 심해져 바닥에 드러누웠다. 울렁거림과 함께 복통이 오니 변태스럽게도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이전의 임신들과 아주 많이 달랐다. 이번엔 어쩐지 잘 될 것 같다는 묘한 용기가 생겼다.


*임신 5주차 증상

- 아기집 7.5mm

- 피로도 급상승

- 입덧(울렁거림)이 시작됐다

- 필라테스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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