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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4. 2022

다시 임신을 했다.

4주 0일.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하다.

아침 7시 50분.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했다.


배란일을 확인하러 갔던 진료에서 복용하던 클로미펜과 페마라(과배란 유도제)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결과를 들었던 바로 그 달이었다. 난소에 생긴 물혹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정도 임신 시도를 모두 멈추고 난소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은 좌절했던 바로 그 달.


4월부터 6월까지 2주에 한 번 병원에 다니고, 습관성 유산 검사에 따른 여러 가지 후속 검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거기에 정확성을 더 하기 위해 먹었던 배란 유도제의 부작용이라니. 어쩌면 자연스럽게 임신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행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임신테스트기에 부단히 보이던 한 줄, 그리고 오랜만에 두 줄을 확인하고 어떤 것이 그렇게 효과적으로 임신까지 가게 했을까라는 생각에 일기를 들춰보았다. 1달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일 꼬박 운동을 했다는 것과 족욕과 반신욕을 꾸준히 했다는 것, 그리고 배란기부터 생리 예정일까지의 2주를 최대한 괴롭지 않게 보냈다는 것이 다였다. 임신테스트기를 매일 들여다보는 것마저 작은 번거로움과 걱정이어서 생리 예정일 이후로 확인하려고 노력하지만 배란일 10일 후부터 보인다는 얼리 임테기를 N개 구비해 둔 '임신 N수생'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테스트기를 쥐고 있느니 차라리 여행을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병원에서 난소의 부작용 진단을 받고 그 길로 남편은 차를 몰아 양양으로 갔다. 병원에 가려고 겨우 오후 반차를 낸 상황이었고, 집에 돌아갈 줄 알고 작은 핸드백 하나 들고 출근한 날이기도 했다. 이런 날 어디 근교라도 가서 맛있는 밥이나 먹자고 했지만 결국 도착한 곳은 양양의 작은 해변가였다. 2주에 한 번 배란을 확인하고 또 2주에 한 번 임신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좌절해왔는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난소의 부작용을 위해 피임을 해야 한다니.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와 두 줄을 마주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계속 두 줄이 나오면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나는 내 삶을 살기로 했다. 고강도 필라테스를 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집에 돌아왔다. 물도 많이 마시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 먹었다. 그냥 그렇게 끝까지 내 삶을 살면 된다. 그럼 건강하게 또 걱정 없이 끝까지 나에게 잘 붙어있어 줄 거라고 믿기로 했다.


병원 가기 전 날 집에 있던 임테기 3개를 몽땅 썼다. 일부러 많이 쟁여두지 않고 매 달 쓸 만큼만 넣어두었던 덕에 궁금한 마음을 조금은 무시하고 있었는데 병원 가기 전날은 어쩐지 궁금함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


이전에도 난임검사 예약일에 임신을 확인했던 기억에 도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극적인 아기가 오려는지 기가 막혀 웃기면서도 또 여전히 불안했다. 배란 유도로 28일 칼 주기를 만들어둬서 초음파는 따로 보지 않았다. 이전에 했던 습유 검사 중 임신기간에 보강해야 했던 항목에 대해 설명듣고, 태아를 이물질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자가 면역(NK세포) 조절을 위해 인트라 리피트(콩주사) 링거를 맞았다. 또 혈류를 원활하게 만들어 태아의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저용량 아스피린도 처방받았다.


2년 넘게 봐주시던 간호사님이 이동하시고 발랄한 간호사님으로 바뀐지 6개월. 간호사 선생님은 아침일찍 전화를 주셔서 "임신을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다시 시작한다. 4주부터 40주까지의 기쁘고도 불안한 아주 긴 여정.


*임신 4주차 증상

- 피검사 수치 340

- 피검사 결과는 D+2 유선으로 안내 받았다

- 습관성유산검사 1차 보완조치 시작

- 인트라 리피트(콩주사) 링겔 1차

- 아스피린 2주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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