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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11. 2022

나의 두 번째 유산 그 이후

2021년 11월 이후의 일기

1. 2021년 10월 25일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이 다시금 목전에 와있다. 주말 사이 마음을 잘 가다듬었고 이제 묵묵히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저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지 뭐.


2. 2021년 11월 5일

두 번째 스쳐가던 임신 마침내 종료. 말로만 듣던 소파수술을 했고, 수술 전 자궁수축이 전혀 안 되어 걱정했는데 수술 중엔 괜찮았나 보다. 회복실에 거의 한 시간 누워있다가 나왔고 그 사이 용종이 생겨서 그것도 한 번에 제거했다. 수술하기로 마음먹은 지 2주 만에 겨우 한 거라 홀가분하기도 하고. 그동안 꾹 참아왔는데 너무 속상하고 서러워서 마음은 안 좋은 거 같다. 이제 몸 관리 잘 해야지.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어제 마지막까지 야근하고 나오면서 나를 생각하는 거라곤 내 남편 한 명이라는 사실이 조금 미안했다. 나조차 나를 돌보지 않는 느낌. 삼일 내내 잘 누워서 전복죽에 미역국에 한우까지 잘 구워 먹고 새롭게 건강하게 지낸다.


3. 2021년 11월 26일

우울감이 거의 이틀은 간다. 울고 나면 좀 기분이 나아져야 하는데 기분이 더 나빠진다. 인생이 지옥 같다.


4. 2022년 1월 3일

두 번째 임신이 끝나고 습관성 유산 검사를 했다. 염증 때문에 유지가 안 될 수 있다고 하여 염증 치료를 했다. 1월 말에 자궁경으로 자궁내막염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 임신을 하려고 하는 건지 건강한 자궁을 위해서 하는 건지 이제 모르겠지만 우선해본다.


5. 2022년 4월 13일

다시 임신을 준비한다. 지난 몇 개월간 다행히 영양제도 잘 먹었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다시 지지부진한 불확실성과 기다림이 시작된다. 해보기 전엔 몰랐던 피 말리는 시간. 뭐가 문제인지 복기 해봐도 기억도 안 나고 그냥 다시 시작한다. 너무 오래가지 않았으면.


6. 2022년 4월 16일

배란유도제 3차. 생리 3일차부터 7일차까지 쓰는 약이고 과배란을 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약. 쌍둥이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낭성으로 배란이 오락가락하는 경우 약을 쓰면 좋다고 한다. 약의 부작용은 난소 물혹이고 현재 난소 물혹 생겼다. 물론 아주 작고 생리 시작하면 바로 소멸될 수 있으며 생리는 1-2일 사이에 할 것 같다는 소견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거쳐서 결론은 배란 성공 착상 성공일 뿐이라는게 좀 암담. 착상하고 나면 유지가 문제고. 산 넘어 산이다. (며칠 후) 배란유도제로 생긴 난소 물혹은 사라졌지만 내막이 얇아져 여성호르몬제 프로기노바 추가 복용 시작. 다음 주기부터는 배란유도제를 클로미펜(효과와 부작용이 둘 다 큰 약)에서 페미라(효과와 부작용이 둘 다 보통 수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오늘부터 족욕도 하기로 했다.


7. 2022년 4월 30일

임신을 기다리는 일은 매 순간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눈썹문신이나 레이저제모. 다음 차수는 없을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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