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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6. 2022

임신 6주차

아기 크기 3.86mm, 심박수 113bpm

4주차에 피검사, 5주차에 아기집, 6주차에 난황, 7주차에 심장소리.


임신 극초기만 3번째. 주수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누구보다 익숙하게 인지하고 6주차를 맞이했다. 병원에 가면 그저 동그란 난황을 보겠구나, 이번 주가 지나면 심장소리를 듣겠구나 하는 정도의 기대와 딱 그만큼의 걱정을 가지고 병원에 갔다.


난임 병원 원장님의 목소리가 단박에 밝아질 정도로 생각보다 빠르게 자란 아기는 3미리가 훌쩍 넘어있었다. 자에 대고 3mm를 재보면 아주 작지만 1cm 조금 넘는 아기집에 3mm짜리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신비로운지. 게다가 느리지만 우렁찬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초음파를 가져다 대자마자 보였던 동그란 아기집과 동그란 난황, 그리고 그 위에 다이아 반지처럼 반짝이는 심장도 확인했다.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다고 여러 번 나를 안심시켜주셨다. 날 안심시키느라 근 3년의 진료 중 가장 강단 있는 말투로 말씀하셨다.


자연임신이지만 그 과정은 어쩐지 인공적이었다. 아스피린 2주 복용 후 추가 2주를 처방받았다. 이대로 12주까지 복용해야 한다는 처방이 있었다. 다니던 난임 병원이 과잉진료로 유명하기도 했고, 이미 두 번의 유산으로 나는 고위험 산모가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처방이었다. 그리고 인트라 리피트(콩주사) 2차 처방.


콩주사라고 불리는 인트라 리피트는 반복 착상실패이거나 반복유산 환자인 경우 처방되는 약이고 자연 살해 세포라 불리는 NK세포가 높아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항체가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1~2차례 정도 맞게 되는 링거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이름과 걸맞게 콩기름이 들어간다고 하고 조금 점도가 높은 약물이었다. 맞는 내내 팔이 조금 뻐근해지고 맞고 나서 반나절 정도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시험관 시술 때는 착상 전에 투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자연임신이다 보니 임신이 확인된 바로 그날부터 처방을 권장한다는 설명.


6주에 진입하고 1주일 내내 극악의 입덧을 경험했다. 컨디션이 갑자기 좋아진 어느 날 '잘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된다.'는 생각에 먹고 싶은 걸 잔뜩 적어서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이 퇴근길에 그 모든 것을 사 왔다.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갑자기 저렴한 회전초밥집의 캘리포니아롤이 엄청 땡겼다가 오징어젓갈이 먹고 싶었다가 유난스러운 입덧이 시작됐다.


*임신 6주차 증상

- 아기 크기 3.86mm

- 입덧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습관성유산검사 2차 보완조치 시작

- 인트라 리피트(콩주사) 링겔 2차

- 아스피린 2주 추가 처방

- 아랫배가 묵직하고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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