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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7. 2022

임신 7주차

아기 크기 10.7mm, 심박수 137bpm

지난 1주일간 가벼운 입덧 증상이 계속 있어 오히려 불안감을 조금 덜어내고 맞이한 검진.


6주차 심박수 113bpm 7주차 심박수 137bpm으로 조금씩 아기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난황 옆으로 아주 작고 흐리지만 머리로 자라날 부분과 엉덩이로 자라날 부분도 보여주셨다. 아기집도 아기도 심박수도 주수에 알맞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다음 주면 대망의 8주차. 매번 6-7주차에 유산을 경험했던 전례 때문에 이례적으로 4주차부터 7주차까지 매주 병원 검진을 받고 있다. 조금 힘들겠지만 한 주 더 병원에 와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원장님 덕에 사실 검진받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불안한 나의 마음이 보듬어졌다.


양가 부모님께 보내드릴 초음파 영상도 찍었다.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지는 기분. 유산을 겪으면서 우리 부부 말고도 부모님도 얼마나 상심이 크셨을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큰 기쁨 뒤에 따라오는 깨달음.


회사를 이직하자마자 바로 임신을 했고 또 유산을 경험하다 보니 회사에 제대로 알릴 틈도 없이 진행돼버려 유산 휴가를 쓰지 못했던 게 조금 한이 맺혔다.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인사 규정을 밤새도록 아픈 배를 부여잡고 찾고 또 찾았다. 유산 휴가를 쓰기 위해서는 임산부로 등록을 했어야 했고, 임산부로 등록을 한다는 건 초과근무나 그에 따른 수당이 일절 지급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직전 임산부 등록을 진행하고 있었다. 입사 3개월 차였고 임신도 유산도 처음이었던 나는 조금 멍청했지만 연차만 1~2일 겨우 썼다. 물리적인 체력도 정신적인 체력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이번엔 충분히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미리 임신 사실을 알리고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임신에 대한 '보고'를 진행해야 했다. 임신 사실을 알리고 축하와 축복만 기대했던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한 주간 참 씁쓸했다. 부정적인 반응에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다들 쉬이 임신이 되지 않기를, 다들 쉬이 출산까지 가지 않기를. 일생일대의 기적 같은 일이 마주하고 또 내가 아닌 지켜야 할 존재가 생긴 사람에게 기쁨과 분노는 동일 수준으로 오기 때문에.


늘 나를 옥죄었던 건 임신 초기 그러니까 심장 뛰는 걸 듣기 전후에 쉼 없이 나오던 출혈이었다. 출혈이 있어도 만삭까지 잘 품고 있다가 출산하는 산모들도 있던데, 나는 그 운 좋은 산모가 되지 못했다. 그게 거의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매일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제발'이라는 말을 입으로 되뇌며 확인하게 된다. 입덧과 가슴통증 그리고 심장 소리까지 들었어도 안정기라는 건 없다. 출산이 비로소 안정기일 뿐.


어느 날은 속이 울렁거려 불안감이 0에 수렴하다가도 어느 날은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금 불안감이 올라오면서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럴 때마다 순리대로 섭리대로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래도 어딘가 이번엔 잘 될 거라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는지 더 이상 맘 카페를 들락날락거리지 않는다. 막상 글들을 보면 나의 아주 작은 증상이 어느새 가장 큰 두려움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종종 엄청난 희망의 글들 예를 들면 '아기는 강해요! 버티고 있을 거예요'를 보고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주로 적혀있는 글들은 0주인데 00가 안 보여요, 000가 갑자기 보여요, 00가 지난주엔 있었는데 등등 보자마자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글들이 많아서, 건강한 마음을 위해 조금 닫아두기로 했다.


속이 울렁거리다 보니 계속 맵고 짜고 찬 것만 찾아서 먹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일 배탈에 시달리게 된다. 7주에는 비빔면에 김밥, 옥수수, 초밥이 삼시 세끼 각기 다르게 먹고 싶었다. 모든 음식이든 0.5인분 정도만 먹으면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눕게 되는 입덧 매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음식인 열무국수를 한 사발 만들어두고 열무 줄기 냄새, 냉면 국물의 비린내, 면의 텁텁함, 김치의 군 냄새 때문에 한 입도 못 먹고 다 버렸다.


*임신 7주차 증상

- 아기 크기 1cm

- 입덧 증상이 조금 더 뚜렷해졌다

- 아랫배가 계속 묵직한 상태

- 약한 장염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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