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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05. 2023

임신 16주에서 18주차

아기크기 12cm. 기형아검사 결과 청취와 난임병원 졸업.

임신 16주차 증상
임신성 비염이 생겼다.

16주가 지나가고 몸무게는 평균 몸무게의 6kg 정도가 늘어났다. 가장 입고 싶은 옷을 꼽으라면 흰 티에 청바지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 바지 따위 못 입는 인생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행히 16주차에 진입하면서 입덧도 괜찮아지고, 컨디션도 확실히 올라왔다.


입덧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임신성 비염'


비염이 너무 심해져 밤에 자고 일어나면 입이 바짝 말라버리고, 코피도 나기 시작했다. 눈과 코 그리고 입과 목과 귀까지 난리가 나서 샤워하고 세수하고 인공눈물 넣고 갖은 방법을 다 썼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냥 몸이 좀 안 좋다 싶어 '임신성 OO'로 검색하면 100이면 100 걸리는 임산부의 인생. 도대체 내 몸은 어디까지 바뀌었다가 어디까지 돌아올 건지.


17주에 들어가서도 임신성 비염은 끝 모르고 악화되어 맘카페에 찾아보니 입덧약에 들어있던 소량의 항히스타민 복용을 중단하자마자 비염 증상이 심해졌다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르텍 한 알만 먹으면 살 것 같은데 임산부에게 항히스타민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많아 주춤하게 되었다.


*추후 분만병원에서 지르텍을 처방받아 격일로 복용했다. 임산부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는 처치와 함께.

*입덧약(디너지아) 성분

- 독시라민(항히스타민제/수면유도제)

- 피리독신(비타민B군)

*마더세이프(사단법인 임산부약물정보센터)

http://mothersafe.co.kr/ (카카오톡 상담 가능)



임신 17주차 진료
기형아 검사 '저위험군'으로 통과!

기형아검사를 끝으로 3년간 다니던 난임병원을 졸업했다. 3년 전쯤 갑자기 생긴 부정출혈과, 용종 제거, 그리고 임신 준비와 두 차례의 유산을 거쳐온 병원이었다.


'졸업'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갔지만 아침 8시에 피차 퉁퉁 부은 얼굴로 원장님과 만나 배란일을 확인하고,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나누었던 진료를 마지막으로 마주하니 너무 아쉬웠다. 난임병원을 찾는 산모들은 주로 '손을 탄다'라고 해서 각 병원의 TOP3 원장에게 시술을 맡기는 편인 데다가 극악의 대기 시간으로 매 주말마다 1~2시간씩 딱딱한 소파에 앉아 내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지난 3년간 나는 내 자궁 주치의에게 모든 과정을 맡기고 기다렸다.


13주 1일, 1차 기형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 '저위험군'이라는 말에 이어 "이 결과가 2차의 결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2차 결과에 따라 기형아 확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주 이성적인 진료. 내가 이런 이성적이고 과잉적인 진료를 사랑해 난임병원에 남아있던 건데.


17주 1일, 2차 기형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기까지 1차와 2차의 결과가 완벽하게 뒤집힌, 그러니까 저위험군에서 고위험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들을 여러 개 찾아 읽어보고 갔다. 스스로에게 불안을 조장하느라 아주 바빴던 1달. 다행히 2차 기형아검사 결과까지 모두 '저위험군'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 결과가 끝이 아니라, 20주 이후 정밀초음파를 통해 혈액검사에서 나오지 않은 선천적 기형을 발견할 수도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했던 혈액 검사, 그러니까 일반 통합 선별검사의 확진율은 94%, 나머지 6%는 아기를 믿고 20주까지 지내보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기형아검사 결과 청취를 마치고 원장님이 시원섭섭한 목소리로 "이전의 유산과 전혀 상관없이 아기도 산모도 아주 건강하니 이제 마음을 놓고 임신기간을 보내도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작은 아기 양말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섰다.


임신 17 6
임신 17주차 증상
마침내  태동을 느꼈다!

가만히 누워서 자고 있는데 뱃속에서 뭔가 툭 하고 나를 밀었다. 뽀로록 하는 물방울 터지는 느낌이 들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조금 강했다. 배꼽 근처에서 나를 미는 힘을 느끼고 조금 웃겼다. 자다가 그 움직임에 일어났는데 얼마나 툭툭 거리는지,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가 싶어 조금 신경 쓰였다.


17주 6일부터 매일매일 태동을 느꼈다. 아침엔 잠잠하다가도 오전에 일하는 동안 툭. 오후 내내 소식이 없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집에 와서 눕자마자 툭툭툭툭.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신호를 보내는 나의 아기.


마른 사람들은 16주쯤부터 태동을 느낀다고 하길래 양심껏 17~18주 정도 돼야 느끼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예상했던 시점에 태동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남편도 10분 넘게 배 위에 손을 얹고 있다가 결국 태동의 맛을 느꼈다! 배꼽 근처에서 툭툭 치다가 오른쪽 배 쪽에서 툭툭 치고, 나의 자궁은 대체 어디까지 커져있는 걸까.


임신 18 4
임신 18주차 증상
임신성 이명도 생겼네요.

왼쪽 귀에서 심박음이 들리는 이명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염 때문인가 싶어 산부인과 전문의 두 분과 약사 한 분의 진료를 받고 결국 지르텍을 처방받았다.


"비염 때문인가요?"라고 묻는 나에게 "임신 때문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것도 임신 때문이구나.

자다가도 재채기, 일어나서도 재채기, 일하다가도 재채기, 운전하다가, 밥 먹다가 매 순간 재채기를 했다.


왼쪽 귀에서는 심박수가 울리고, 아랫배에서는 태동이 느껴지는 주수. 이제는 매일의 기쁨이 불안감보다 조금 더 커지기 시작했다.


17주차 초음파 사진
18주차 주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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