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태국 치앙마이 세 번째 이야기.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매우 단순하다. 깨끗하고 가까울 것. 종종 여행지에 따라 그 두 가지의 우선순위가 바뀌긴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하다. 하지만 이번 치앙마이 숙소 두 곳은 딱히 어떤 것을 고려하진 않았다.
그저 가고 싶은 숙소가 마침 딱 두 곳이었고 운 좋게 빈 방이 있었을 뿐. 청결하기를 고대했고 접근성은 포기했다.
항동 지역의 ‘베란다 하이 리조트’에서 첫 두 밤을 보냈다. 산세가 짙고 구름이 가까이 내려앉는 곳. 매일 아침 산과 수영장이 아우러진 풍경을 조망하며 먹는 조식도 들거웠고 리조트 안 오솔길과 산책로도 좋았다.
리조트 지역이 아닌 레지던스에 묵은 덕에 전용 풀을 사용할 수 있어 다소 붐비고 불편하고 시끄러웠던 리조트 메인 풀을 떠나 고요하고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룸서비스로 시켜먹은 팟타이는 500밧. 치앙마이 시내 푸드트럭에서 먹으면 30밧이니 물가 차이가 어마어마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 돈 2만 원 돈이라 이번만큼은 눈 딱 감고 먹은 셈 치기로 했다. 다만 밖에서 돈을 치를 때마다 남편이 ‘이건 일 팟타이네’ 혹은 ‘이건 이분의 일 팟타이네’ 라며 실없는 개그 소재로 사용해 그 가격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비가 오는 치앙마이에서 요새처럼 우리를 지켜주던 리조트에서 벗어나 옮긴 두 번째 숙소는 올드시티 북쪽의 ‘그린 타이거 하우스’. 숙소를 예약하면서 이미 좋아하게 되어버린 이 곳은 꽤 맛있는 비건 요리와 환경 친화적인 운영으로 유명했다.
숙소 안에서 플라스틱 물병 대신 다회용 유리 물병을 사용하고 식당에도 정수기와 유리컵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 다회용기나 유리에 담긴 조미료 외에 별도로 제공하는 일회용품은 일체 없었다.
그렇게 운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뒤따르는지 안다. 매일 쌓이는 설거지를 감당해야 하고 일상적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손님들을 설득해야 하니까.
언젠가 ‘호텔은 거대한 일회용품’이라는 글을 보고 한동안 머릿속에서 그 문장이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쯤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썼던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 그리고 쉼 없이 소비하는 플라스틱 물과 수건, 매일 수백 개씩 갈아치워 지는 수건과 이불보까지.
그 이후로 가급적 내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여행한다. 잠옷을 챙겨가고 칫솔과 치약 그리고 각종 세면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비단 일회용품을 마음껏 사용하기 위함은 아니므로.
다시 숙소 이야기를 더 해보면 그린 타이거 하우스가 있는 올드타운은 당연히 항동 지역보다 접근성이 뛰어났다.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재미있는 골목과 볼거리가 넘쳐났다. 오히려 님만해민보다 더 즐거이 걸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숙소는 유스호스텔과 호텔이 접목된 무드로 일층은 작은 풀과 식당을 운영하고 계단으로 이어진 4층까지의 방이 복도식으로 채워져 있다. ‘망고’와 ‘히어로’라는 고양이들이 반겨주는 곳. 나무 문과 옷장 그리고 촌스러운 쿠션이 잘 어울리는 곳에서 치앙마이의 마지막 두 밤을 보낸다.
하얀 벽 사이에 개미가 기어 다니고 도마뱀이 움직이고, 수압이 부족하거나 혹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불편함 속 비일상적 매력을 느끼는 것이 여행의 재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