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마지막 주 월요일기
1. 장마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다. 슬리퍼 끌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있는 카페에서 닭살 돋아가며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는 그런 여름을 한 두어 번 보낸 이후로 더더욱 비가 오는 여름이 좋아졌다. 비에 여기저기 잔뜩 젖어 지저분해진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널브러져 앉으면 정말 행복했던 기분.
작년 장마는 어땠나 생각해 보면 사실 완전 재앙에 가까웠다. 운전은 미숙한데 직장 부근은 연일 침수가 이어질 정도로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출근은 할 수 있는 건지, 정상적인 업무는 가능한 건지 매일매일 일기예보와 뉴스를 확인해야 했다. 집은 괜찮았지만 직장은 어느 저녁 엄청난 폭우로 잠기기도 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집 근처가 잠겨 출퇴근을 함께 걱정하기도 했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라니. 그리고 다시 여름이 오고 장마가 왔다니. 올해 장마는 길고 유난히 비도 많이 내린다던데 부디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일기예보가 정반대가 되기를!
2. 육아휴직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써달라고 했다. 한 달이어도 좋으니 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끝나지 않는 육아의 일과를 함께 해달라고 했다. 노을 지는 어느 늦은 오후, 병원에 다녀왔다. 산후우울이냐고 묻는 나에게 그렇지 않다고 그저 이전부터 잔잔하게 지속되던 우울증이 약간 증폭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지금 나와 아기와 가족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남편의 육아휴직뿐이었다. 돈이나 체면 그리고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조금 더 면밀히 따져가며 고민하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 길로 남편은 육아휴직을 쟁취해 왔다. 그렇게 7월부터 8월까지 나는 무조건 건강에 집중하고 회복해보려고 한다. 마음이 어려운 날 남편이나 가족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잘 버텨낼 수 있도록, 필요하면 적절한 약과 치료를 병행하면서. 건강한 엄마와 건강한 내가 되고 싶다.
어느 날부터 아침이면 불안감이 올라오고 저녁이면 잠 못 드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에 아기를 깨우러 가는 길이 조금 무서울 때도 있었고 막막한 날도 있었다. 오후가 되어 바깥에서 생활소음이 들려오면 그제야 오후가 되었구나 싶은 날들도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야 산책을 나서면 뭐랄까 하루가 결국 이렇게 저물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했다. 매일매일 나에게 찾아온 약간의 서글픔, 아쉬움, 외로움이 더해져 결국은 크게 불어나버린 우울을 만들어낸 것 같기도.
남편의 말처럼 너무 많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의 좋은 것들에 집중하면서 나는 반드시 할 거야. 회복할 거야.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단단하고 멋진, 우울하지만 귀여운 엄마가 될 거야.
3. 헬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헬스클럽을 등록했다. 지난 한 달간의 필라테스를 끝내고 약간의 운동 자신감이 붙었다. 체형교정도 호흡도 중요하지만 사실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유산소만 한 게 없기 때문에 더 미루지 않기로 했다. 유산소를 하겠다고 막상 냅다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러닝머신에 기대어 조금 걷고 뛰어보기로 했다. 운동도 하고 식욕도 돌고 그럼 조금 더 건강한 몸을 되찾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