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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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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20. 2023

6월 19일 월요일

아기 낮잠 시간에 써보는 월요일기

1. 뒤집기 지옥

아기의 행동발달 중 아마도 가장 처음에 마주할 난관은 뒤집기. 4개월에 들어서자마자 하루가 다르게 온몸에 힘이 늘어나더니 130일인 어제 마침내 야심한 새벽 침대에서 뒤집기를 하고야 말았다. 물론 아침이고 낮이고 오후고 언제나 매트 위에서 뒤집어 대는 통에 곧 밤잠 중 찾아온다는 뒤집기 지옥이 찾아오겠구나 싶었는데 그게 바로 어제였다니.


아기가 새벽 3시 언저리부터 울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울음소리 알림이 오게 해 두어서 5분 동안 5번이나 알림이 오고 있었는데 지난 2주간 새벽에 울린 적이 없던 터라 남편과 나 둘 다 알림도 못 듣고 그저 잠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순간 눈을 떠서 베이비캠을 보니 아기는 머리를 쑤욱 빼고 팔로 꼿꼿하게 자기 몸을 텐트처럼 세우고 울고 있었다. 심지어 그 자세로 논 지는 거의 20분. 남편이 들어가 안아주고 달랬지만 달래 지지 않았다고 했다. 겨우겨우 안정시켜 눕히고 돌아 나오니 또다시 시작된 뒤집기. 결론은 볼 한쪽을 잘 대고 엎드려서 자긴 했지만 야심한 밤 1시간을 울고 버티고 뒤집고를 반복했다.


아기에게 행동 발달이 올 때마다 보이지 않게 아기의 잠이 함께 줄어든다. 낮잠이 쪼개지기도 하고 우리 아기처럼 새벽시간 갑자기 잠에서 깨 연습하기도 하고. 때로는 잠에 잘 못 드는 여러 밤을 지나고 나서 보니 어느 아침에 기고 있다거나 서있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눈을 맞추고 발을 구르고 목에 힘이 생기는 것 같은 다양한 행동 발달이 있지만 눈에 띄는 행동 발달의 시작점에 뒤집기가 있고 그걸 마주하고 있자니 좀 웃기면서도 피곤하다.


터미타임에서 냅다 코를 바닥에 찍고는 그대로 못 일어날까 걱정되는 마음에 매트에서 여러 번 뺨을 대고 눕는 연습도 시키기도 했다. 낮동안 지치게 놀아주고 밤에는 뒤집기 근처도 못 가게 체력을 탈탈 털어 뒤집기와 터미타임을 시키기도 했는데. 마침내 찾아오고야 만 뒤집기 지옥. 4개월 매운맛이네.


2. 에어컨

친정에서 여름을 맞이하고 에어컨을 신명 나게 돌리고 있다. 서울집에서도 아침저녁으로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고 살았는데 친정에서는 아기까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아기는 조금만 더워져도 금방 칭얼거리고 심지어 뒤집기에 진심인 기간이라 정수리에서 스팀이 올라올 정도로 땀이 나는 터라 60평 이 너른 집을 식혀줄 에어컨을 틀고 고작 나와 아기 둘이 그 호사를 누린다.


예전에 에어컨 없던 시절, 아기들은 어떻게 더위를 버틴 걸까. 요즘은 아기 수유고 잠이고 기저귀까지 앱으로 다 정리해서 보고 있는데 예전엔 뭘 보고 수유를 하고 잠을 재운건지. 겨울엔 어떤 온도로, 여름엔 어떤 습도로 아기를 키운 건지. 오히려 지금은 너무 많은 것들을 알고 지내다 보니 육아 자체의 어려움보다 더 많은 두려움을 안고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3. 소금빵

남편 회사 근처에 좋아하는 빵집이 있다는 건 매우 기쁜 일이다. 남편 회사로 샌드위치를 잔뜩 시키고 남편이 퇴근길에 가지고 오기도 하고 주말 출근에서 돌아오는 길엔 소금빵을 주렁주렁 들고 오기도 했다.


식사도 간식도 수면도 모두 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친정에 와서 그런지 딱히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계절을 보내다 이제야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 소금빵도 쭉쭉 뜯어먹고 요구르트도 하나씩 뜯어서 먹고. 그럼에도 육아는 매우 지치고 힘들지만 내가 늘 아기에게 하는 말처럼 “쉬어야 더 오래 하는 거야. 쉴 줄 알아야 더 오래 할 수 있는 거야.”의 마음으로 버텨본다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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