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그리고 등원
1. 복직 첫 날
출근을 했다. 익숙한듯 낯선 책상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나니 퇴근시간이 됐다. 엊그제부터 앉아있던 사람같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칭찬인지 욕인지 알아차릴 여유도 없이 그저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부터 짐이 많아 운전대를 잡은 날이었다. 기분은 마치 어디론가 아침부터 놀러가는 것 같았는데, 1시간이 넘도록 끼어들고 신호를 간신히 받아가며 집으로 돌아오니 햇살같이 맑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기가 있었다. 아기를 하루종일 먹이고 돌본 남편을 뒤로하고 아기를 놀리다 목욕을 했다. 이제 내가 아기의 안위를 확인하는 방법은 목욕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피곤했던 아기는 따뜻한 우유를 크게 한 잔 마시고 잠에 들었다. 다시 시작된 출퇴근과 회사생활이 꿈이 아니고, 상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니.
2. 등원 첫 날
어린이집 첫 등원. 아기의 첫 사회생활이지만 거창하고 대대적으로 준비하면 그 순간들을 놓치는 내가 엄마로서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 것 같아 (그리고 실제로도 시간도 여력도 없어서)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보냈다.
아기 이름을 라벨지로 뽑아 파우치에 어설프게 붙였다. 미리 준비한 스티커는 아직 배송 중이고, 아기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들어간, 이름마저 ‘어린이집 파우치’ 라고 적힌 물건은 도저히 지갑이 열리지 않아 좋아하는 브랜드의 파우치 몇 장을 사 그 안에 아기 물건을 담았다.
옷들마다 네임펜으로 아기 이름을 적고, 기저귀와 칫솔을 파우치에 나눠 담았다. 아기가 칭얼거릴때면 보고 알아차리는 간식 통도 슬쩍 가방에 넣어두었다.
30분의 적응 시간이 끝나고 아기는 퉁퉁 부은 얼굴로 하원했다. 아빠가 된 남편은 이 모든 과정을 자기가 해서 다행일 정도라고 하며 적잖이 충격받은 모양새였다. 어린이집 정책상 하드코어로 아기를 적응시키다보니 학부모 중 누구도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없어 ‘납치’ 당하는 모양새로 아기를 빼앗겼다고 덧붙였다.
퉁퉁 부은 얼굴이 계속 마음에 걸려 일과 중에 여러 번 영상통화를 했다. 5년 전쯤 회사 선배가 회사 구석진 곳에서 영상통화 하는 모습을 보고 뭐 저럴 일인가 했던 나를 반성했다. 24시간 내내 눈으로 따라다니던 아기의 오늘이 핸드폰 화면 저 너머에 있는데 외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베이비캠을 하루종일 틀어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린이집 키즈노트에 아기가 많이 울었냐 여쭈며 아기가 손을 빨고 손수건을 비비고 하더라도 그대로 놓아 달라 했다. 우리 아기는 그렇게 긴장을 풀곤 하니 문제 될 것 없다 덧붙이고 내일도 간식을 함께 보내겠다고 했다. 아기가 더 컸더라면 이 순간이 조금 덜 가여울까, 아니 아기가 오히려 더 작았더라면 적응이 수월했을까. 모두에게 바쁜 3월의 첫 월요일이 끝났다. 부딪혀보자. 건강하게!
3. 솥밥
점심이면 오시는 돌봄선생님이 출근하시자마자 남편은 마트에 다녀왔다고 했다. 복직 첫 날 든든하게 저녁을 한 끼 먹이겠다는 다짐으로 기꺼이 그렇게 해주었다.
큼지막한 한우 등심을 올려 솥밥과 소고기무국을 뜨끈하게 먹고 잠시 누웠다가 아기 이유식을 소분하고는 잠에 들었다. 이유식의 입자가 이제는 작은 깍두기만큼 커지기는 했지만, 한 식탁에서 같은 솥밥을 먹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