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월요일

쉬는 월요일 소중하다 소중해

by 나무

1. 짧은 여행

설 연휴가 지나고 곧이어 짧았지만 소중한 연휴가 이어지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또 한 번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날이 풀리고 물놀이하기 좋은 계절이 되면 오히려 걱정거리가 늘어나 물놀이장 근처도 못 가는 삶이 되어버린 지 3년. 아기가 생긴 삶이란 여름을 여름답게 즐기지 못하고, 겨울을 겨울답게 즐기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토요일 오전, 단골 커피숍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씩하고 간식거리에 저녁거리까지 간단히 사서 근교로 떠났다. 경기 남부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우리 부부가 손꼽고 손꼽아야 겨우 가는 경기 북부의 한 온천. 아주 아담하고 무려 대실이 가능한 규모의 숙소에서 이틀밤을 보냈다.


편의점에 가려도 차를 타야겠고, 조금 유명한 밥집을 가려면 차를 타고 30분은 넘게 가야 했다. 그 마저도 우리가 머문 도시가 아닌 옆 도시거나, 도시의 끝과 끝. 산 넘고 물 건너 낯설면서도 익숙한 여러 풍경을 눈에 담고 즐기며 주말을 보냈다.


여행의 가장 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던 온천은 생각보다 작고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니 한 번쯤 가보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날이 흐려 산책도 많이 못 했고, 월요일 휴무가 걸려 가고 싶었던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거의 못 갔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던 나들이. 3월의 시작, 이 정도면 됐다.


2. 전보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확하게는 행선지가 확정되지 않았던, 전보가 마침내 확정되었다. 사실은 오래도록 기다리기도 하고, 왜 내 차례가 오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애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나름 전공을 살려가며 일을 해왔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던 때에, 우려하던 시기가 아닌 적절한 타이밍에 옮기게 된 것에 대의적인 만족과 감사를.


사실 입사하고 처음 몇 년은 지독하게 괴로웠다. 입사를 결정한 때로 돌아간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조금 더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 같은 치기 어리고 자존심 셌던 나. 입사하고 휴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뭐랄까 단 한순간도 내 회사라거나 내가 속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단 한순간도. 그저 잠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했다. 어디서나 예쁨 받지도 미움받지도 않으며 그저 가장자리에서 맡은 일만 하다가 정해진 자리에서 시간을 채우면 집에 가는 생활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복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어딘가 갑자기 속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환영받는 느낌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낯설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보낸 꽉 채운 2년.


2년 동안 재밌으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날들을 보내고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사무실로 이동한다. 지난주, 짐을 다 정리하고 나니, 박스 하나도 못 채우는 짐이 남았다. 그게 지난 5년 간의 회사생활의 전부라니. 조금 의아하면서도 잘 됐다 싶었다. 내가 지향하는 회사생활의 모습.


아마도 새로운 부서에서 또 일 년을, 이 년을 길게는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더 큰 희로애락을 느끼고 적응하느라 또 올 한 해를 훌쩍 보내겠지 싶어 사실은 조금 걱정이 많이 된다. 저 생각보다 되게 보수적이거든요. 부디 잘 적응할 수 있기를.


3. 느슨한 공동체

아기를 낳고 나니 많은 관계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과도 말을 주고받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집에 수저가 몇 벌인 지만 빼놓고 별 말들을 구구절절 풀어내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들어간다? 그럼 그때부터 그 느슨한 관계가 소수의 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느슨한 공동체가 되어버린다.


갑자기 아기 친구 아빠의 생일을 알아버린다거나 아닌 밤중에 모르는 친구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야 한다거나, 준비물을 못 챙긴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당근 직거래 현장에 나타난다거나 하는 그런 공동체.


내일이면 아기의 3번째 공동체가 시작된다. 선생님도, 같은 반 친구들도, 교실도 바뀌는 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단짝 친구는 같은 반이라는 것과 매번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시던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아주신다는 점. 이제 나는 늘 그랬듯 그 느슨한 공동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올 한 해의 파도를 잘 넘나들면 된다. 3월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