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조명을 꺼낸 주말. 그리고 월요일의 일기.
1. 검은 버섯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적어도 5년은 더 된 조명을 꺼냈다. 신혼집과 그다음 집에서 애지중지 사용하던 검은 버섯 모양의 조명. 아기에게 방을 하나 내어준 지금 집에서는 도통 조명을 둘 곳이 없어 깨지지 않게, 그리고 종종 먼지를 털어주며 책장 구석에 넣어두었던 조명을 마침내 꺼냈다.
작은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아기의 손 끝에서 묘한 신남이 느껴졌다. 어른의 눈높이에서는 조금 전등갓이 큰 편이라 어쩐지 어두운 것 같았는데, 아기의 눈높이에서는 우산 아래 밝은 빛이 비치는 형상이라 책 읽기에도, 자장가를 불러주기에도 너무 좋았다. 역시 조금 값을 더 쳐주더라도 오래도록 마음에 들 법한 물건으로 사는 것이 옳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2. 햇살 좋은 방
지난주, 마침내 사무실을 옮겼다. 새로운 일과 부서는 생각보다 정신이 없다.
매일같이 스프레드시트에 업무 요청 내역을 정리하고 하루 종일 좌에서 우로 들리는 숫자들을 매칭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만족인지 불만족인지, 잘하고 있는 건지 그 반대인지 지금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그저 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내고 씩씩하고 용기 내서 문서 하나, 결정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 경지에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이 사무실에서 가장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쏟아내는 내가 명확하게 느끼는 것은 내 등뒤로 쏟아지는 햇살.
아직 봄이 채 오지 않았지만 정오로 가까워질수록 등보다 조금 더 위에서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니터가 반짝여 일하기 불편한 순간도 더러 있지만, 창이 없는 사무실에서 이토록 채광 좋은 사무실로 옮겼으니 이 햇살을 충분히 즐겨야 마땅한 것. 그저 햇살이 감사하니 그걸로 되었다. 힘들어도 어쩔 거야. 어떡해 그래도 해야지의 마음으로 해보는 거지 뭐.
3. 달리기
작년 가을, 달리기를 시작했다. 집에서 핸드폰이나 유튜브만 붙잡고 있을 바에야 산책이라도 하자며 나가기 시작한 게 한 달에 8번에서 10번 정도. 점심에 하는 필라테스까지 합치면 도합 달에 최대 15번 정도 운동을 하고 나니, 나잇살인가 싶어 외면했던 뱃살이나 팔뚝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남들처럼 5킬로를 뛰기 위해 2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불면도 사라지고, 소화불량이나 우울감도 떨쳐낼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겨울이 빨리 오고 말았다. 달에 4번 정도로 줄여 달리다가 맞이한 연말과 연초. 추위에 취약한 나는 겨울 내내 이불 안에서도 춥다 춥다를 연발하며 또다시 짧고 굵은 도파민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래도 그 사이 월요일기를 다시 시작했으니 달리기 전에 비해 조금 더 고무적인 삶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봄이 되면 또 달리려고 한다. 대단한 달리기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를 기분 좋을 만큼 달리고 싶은 것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대단한 욕심을 갖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꿈이라고 한다면 매 년 늘 같은 계절에 늘 하던 것들을 기꺼이 결심할 수 있는 심신의 체력을 유지하고 싶은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