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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11. 2020

8월 10일 월요일

정신없이 보낸 하루의 끝에 쓰는 일기.

1. 운전

이제는 까마득한 대학교 4학년 졸업반 시절의 나는 운전을 꽤 잘했었다. 비 오는 날 노란 도로 주행차를 타고 시험을 봤고 1년이 넘도록 매일같이 운전을 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그만 액셀을 밟아 철문을 들이박았던 게 나의 유일한 ‘사고’ 였을 정도로. 아 음주 측정하는 경찰 아저씨 앞에 차를 못 세워 5m 거리에서 미리 멈춰 아저씨를 기다렸던 일도 있었지만.


여튼 그때의 나는 꽤 운전을 잘했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아주 잘.


한 달에 한 번 군대 휴가 때마다 운전 연수를 시켜줬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어느새 내 남자 친구가 되고 나서부터 나는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더구나 그 남자 친구가 내 남편이 되어 떡하니 집에 앉아있으니 운전은 남의 일. 조수석에 앉아서도 이제 나는 도로 위 모든 차가 무섭다.


딱히 운전대를 놓아 버린 것이 아쉽지는 않지만 이른 새벽 꽃시장에 갈 때나 도로가 한산한 시간대에는 정말 간절히 운전을 하고 싶다.


비가 잦아든 틈을 타 친정에 왔다. 왜인지 오늘은 운전이 꼭 하고 싶어서 남편에게 “나 운전해서 갈까?”라는 운을 띄웠더니 “기차가 안전하다.” 는 답이 왔다. 어 나도 알아.


2. 사랑은 재채기

지난주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배꼽 빠지게 웃어제꼈다.


한참 웃다가 한 선배가 “첫 뽀뽀가 언제였어?”라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또 한참 웃었지만 진지하게 궁금해하시는 눈치라 다들 대답했더니 “이제 내 딸은 중학생인데. 요즘 애들은 더 빠르려나.” 하시며 진심으로 걱정을 하셨다.


주로 학창 시절 연애는 학원가와 독서실 근방에서 불꽃같이 이루어진다는 소소한 꿀팁을 남겨드리며 ‘사랑은 재채기’라고. 엄마가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마가 막을수록 더 단단해질 뿐이라고 한참을 까불었다.


3. 밤 산책

비가 내리면서 밤 산책이 멈췄다. 하루에 만 보 넘게 걷고 숙면 레이스로 진입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카페인을 거의 끊어냈다. 맛있는 빵을 먹으며 생수를 곁들이는 게 참 멋없지만 걸을 수 없다면 커피는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서.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이 오늘도 높이 넘실댔다. 지리산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도 비가 많이 내려 길이 많이 끊겼다고 했다.


입추가 되고 바람이 바뀌었다. 비가 그친 중간에도 조금씩 가을바람이 분다. 짧지만 강렬한 가을엔 얼굴 가득 주근깨가 퍼져도 꼭 햇살을 맞고 싶다. 충분히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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