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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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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19. 2020

8월 17일 월요일

결국 하루가 지나 쓰게 된 월요일기.

1. 낭만에 대하여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과 사무실 앞 공기가 주는 묘한 불쾌감을 타파하기 위해 매일 아침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들었다.


마치 노래방에서 1분 남겨놓고 마지막 노래를 골랐던 그 긴장감으로, 출근길 마지막 관문이었던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에서 신중하게 마지막 ‘출근송’을 골라 듣다보면 어느새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곤 했다.


신중하게 골랐던 곡들은 주로 90년대 댄스곡으로 전주에서부터 어이없이 터져 나오는 흥과 입안에 감도는 가사를 흥얼거리면 출근이고 나발이고 심리적 시간은 이미 오후 5시 퇴근시간. 특히 백지영의 ‘Sad Salsa’를 들으며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의 흥겨움은 이루 말로 다 못합니다.


비 오는 날은 언제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어김없이 골라 마지막 출근송으로 대체했다. 도라지 위스키 대신 낡은 텀블러에 정수기 물 한 가득을 떠다가 마실 지라도. 사적인 나에서 공적인 나로 넘어가는 데에 출근송은 매우 중요한 선택이므로. 출근하는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2. 좋은 날 좋은 꽃

한 여름 결혼식을 올리면서 본식 부케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신부 대기실에서 30여 분 그리고 본식에서 30여 분 그러니까 아무리 다 합쳐봐도 고작 1시간 정도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부케이지만 남편 다음으로 결혼사진에 계속 등장하는 주연이므로 나에겐 중요한 선택 중 하나였다.


삼각지 역에 있던 작은 꽃집에서 부케를 상담하면서 너무 더워 보이지 않는 색감, 시원해 보일 수 있는 가벼운 라인감 그리고 어두운 리본으로 단정하게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작은 꽃집은 문을 닫았다. 그래도 사진으로 수 백장 남아있는 부케를 보면 여전히 그 날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 나의 여름 부케와 닮은 가든 부케를 만들었다. 회사 후배의 좋은 날 좋은 꽃으로 축복하고 축하했다. 꽃 하길 정말 잘했지 잘했어.



3. 울산바위의 전설

일주일 전 강원도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출발할 때부터 비가 많이 내려 언제든 폭우가 내리면 다시 차를 돌려 돌아오자고 했지만 내심 부디 비가 그쳐주길 빌었다.


강원도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고 그 덕에 바닷가에 드러누워 30분이나 선탠을 즐겼다. 산골짜기에서 막국수를 먹고 화암사의 찻집에 앉아 여유로이 호박식혜를 즐기며 신선놀음을 하니 폭염이고 폭우고 코로나고 모두 다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설악산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던 기적 같던 날씨. 그리고 병풍같이 펼쳐진 울산바위가 아주 가까이에 보여 기분이 좋았다. 금강산의 수려한 일만 이천 봉이 되기 위해 울산에서부터 걸어가다가 선착순 마감 소식을 듣고 주저앉아 울었다던 설악산 울산바위의 전설. 소싯적 은비까비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남편은 모른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울산바위가 눈물을 흘릴 때 자갈이 쏟아져 나오던 장면도 기억나는데. 여보 명작을 놓쳤구려.

화암사 란야원
바다와 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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