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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03. 2020

8월 3일 월요일

습도 80% 거실에 앉아 쓰는 글.

1. 장마

아침에 일어나니 습도가 80%에 육박했다. 온몸이 젖은 빨래처럼 축 쳐지고 공기가 무거웠다.


체감상 2주간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장마라는 말은 자고로 한자 ‘길 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말인 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길고 끈질긴 장마. 몸을 일으켜 거실에 나오니 거실 습도는 80%를 넘어있었다. 미친 척 보일러라도 대차게 틀고 싶었지만 담요를 뒤집어쓰고 에어컨을 몇 시간이고 돌렸다. 겨우 내려간 게 습도 60% 지독하다.


2. 한 번 넓어진 세계는 다시 좁아지지 않는다.

그렇다. 다시 좁아지지 않는다. 나와 남편은 꽤 잘 맞는 여행 듀오로 지난 N년간 활동했다. 한 달에 한 번씩 과할 정도로 쉼 없이 여행을 다니면서도 매년 장거리 여행을 위해 ‘여행 적금’을 부어가며 준비했던 사람들. 아침엔 방구석에 쳐 박혀 앉아있다가 오후면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있던 적도 수두룩 했다.


지난 여행들을 회고하자니 ‘가고 싶다’는 말을 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낼 자신도 없고.


모든 일상이 조심스러워지니 넓어졌던 나의 세계는 그 가운데 멈춰졌다. 다시 좁아지진 않을 테니 이대로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 한다. 모두가 그렇게 기다리고 바라는 것처럼. 언젠가 또 여행 적금을 새로 채우며 하루가 멀다 하고 여행지를 고민하는 철없던 여행 듀오의 삶이 돌아오겠지.


3. 역사의 쓸모

남는 게 시간인지라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목적 없이 공부할 수 있다면 더 늦기 전에 한국사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었다. 그저 막연히 생각했던 건데 휴직이 장기화되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유튜브엔 유명한 강의들이 도처에 깔려있으니 내가 할 일은 그저 매일 꾸준히 찾아 듣는 것. 나도 낯선 내 모습. 코로나 덕에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 쓴다.


아무리 별 목표 없는 공부더라도 시험 점수는 높게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갖고 싶은 물건 하나를 1급 점수에 스스로 걸어두었다. 소비에 대한 욕구가 나를 공부로 이끄리라. 아멘.


4. 불면은 나의 친구

어제는 눕자마자 잠에 들었다. 새벽녘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눈을 뜬 게 2시 반 그렇게 집안 곳곳을 살피고 잠에서 깨 5시가 다 되어 다시 잠에 들었다.


오후 시간이 되면 가급적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고 부지런히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한다. 날이 좋으면 만 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하고 밤엔 따뜻한 물로 오래오래 씻는다. 그럼에도 말똥말똥하게 떠지는 눈과 정신은 어쩔 수 없다. 탓할 사람도 사건도 없다. 그냥 그 시간을 함께 보낸다. 궁금했던 영상을 찾아보거나 친구들의 글을 읽으면서 한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잠을 자거나 운이 나쁜 경우엔 밤을 새우거나.


아침부터는 또 다른 숙면 레이스가 시작된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에게 ‘불면’이라는 스트레스를 더하기엔 너무 괴로워서 그저 지나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오늘의 숙면 레이스는 꼭 완주하기를! 새벽녘에 비가 잦아들 수 있기를. 나는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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