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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18. 2021

1월 18일 월요일

춥고 졸린 월요일 밤의 일기

1. 일상의 작은 행복

조금 바쁜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떡볶이를 먹을 생각만으로도 꽤 많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아지곤 한다.


주말이면 따뜻한 물에 들어가 앉아 넷플릭스에서 끊어 보던 드라마를 틀어놓고 남편이 차려다 주는 작은 플래터 (라고 해봤자 가래떡 구이와 감자구이 종종 치즈에) 와인 한 잔 마시고 바디크림을 치덕치덕 바른다. 그것만으로도 일주일은 꽤 멋지게 마무리하게 된다.


아침 일찍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잘 지내는지 별 일 없는지 어제저녁엔 뭘 먹었는지 같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출근길도 꽤 즐거워진다.


남편과 주말 저녁 말도 안 되는 드라이브를 한다.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를 두고 아주 먼 곳의 스타벅스에 가서 밤늦게 커피를 사 와 마신다던지 강타나 지오디 그리고 백지영의 2000년대 가요를 들으며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그럼 재미있었던 기억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물론 커피 때문에 밤잠을 설치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일상의 작은 행복은 사실 정말 아주 작은 기대감에서 시작된다. 내일의 작은 행복은 선물 받은 여름 향수를 손목에 잔뜩 바르고 홀로 계절을 거스르는데에서 시작해볼 작정이다. 추위야 물렀거라.


2. 생일

작년 생일엔 새로 산 파란 니트 원피스를 입고 스산한 겨울 풍경이 보이는 산꼭대기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생일 2주 뒤였던 설 연휴에 방콕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남편과 둘이 근사한 식사나 하자며 예약한 식당이었다.


올해 생일엔 역시나 새로 산 검정 원피스를 입고 몇 년 전 다녀온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한 달 전에 겨우 예약했던 기억이 무색하게 생일 3일 전 어려움 없이 예약을 했고 작고 귀여운 서프라이즈 디저트도 선물 받았다. 생일의 작은 행복은 언제나 밍글스에 있다. 식사를 하는 내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다.

밍글스 (mingles)

돌이켜보면 겨울방학 한 중간에 있는 생일 탓에 학교에서 축하를 받아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대신 엄마가 차려 준 어마어마한 생일상을 받아가며 갖고 싶은 선물을 두 개나 골라 아빠에게 엄마에게 하나씩 꼭 받아내곤 했다. 정작 나는 용돈이나 조금 챙겨드리고 마는 딸이 되었고 심지어 올해 내 생일엔 몇 번이나 집에 오라는 무언의 신호도 외면했는데 엄마는 전화를 걸어 생일 축하 노래 한 곡을 불러줬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의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 내년 생일엔 꼭 엄마가 차려주는 생일밥 먹으러 갈게!


3. 굿나잇

춥고 피곤한 월요일 밤 오랜만에 잠이 쏟아져서 이번 주 즐거웠던 사진들을 남기고 이만 쓸게요.

Things for Today! 일상의 작은 위트
좋은 날 좋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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