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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01. 2021

2월 1일 월요일

첫 번째 휴직을 시작한 월요일

1. 수술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캐리어 하나 가득 짐을 싸서 출장을 다녔다. 오늘의 숙소와 내일의 숙소가 다를 때도 더러 있었고 가족의 크고 작은 경조사도 바쁘다는 핑계로 건너뛰곤 했다. 일 년에 한두 달 정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나면 허무할 만큼 또 일은 줄어들곤 했으니까 그 해에도 바쁘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 해의 세 번째 출장을 마무리할 때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비행기를 두 번쯤 갈아타고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한국에 도착했다. 장례를 치르고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몸이 조금 이상했다. 감기 비슷한 증상이 몇 주나 계속 이어지고 얕은 기침을 계속하기도 했다. 비행기 안에서나 지하철 안에서 끊임없이 쪽잠을 자야 할 정도로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모든 출장이 끝나고 병원에 갔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일 거라고 했다. 겁에 질린 상태로 들어간 약국에서 처음 본 약사님이 다들 약 먹고 나면 증상이 사라진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주셔서 마음이 풀렸다. 약사 선생님 성함이 외할머니랑 똑같아서 길에서 엉엉 울었다.

입원도 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 날짜를 잡고 몇 달이나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수술을 했다. 수술대의 기분 나쁜 촉감과 천장의 초록 나뭇잎 타일이 눈에 거슬렸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 의사 선생님과 마취과 선생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 겨우 잠에 들었다. 수술을 하고 이틀 정도 복통이 지속됐다. 진통제를 먹고 회복된 컨디션이 정말 내 것인 줄 알고 무리해서 산책을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떼굴떼굴 굴렀다. 수술은 수술이었나 보다며 웃어넘기긴 했지만 누군가 부인과 수술을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금식 후 첫 끼는 꼭 죽으로, 약발이 떨어지지 않은 컨디션은 절대 믿지 마세요. 걷지도 앉지도 말고 누워만 있으세요. 꼭.

2.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표입니다만

요즘처럼 다들 뭘 먹고사는지 간절하게 궁금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불특정 다수의 장바구니를 찾아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요즘 거기서 뭐 사 먹어?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주고받는다. 잘 먹지도 않는 요거트를 사서 상하기 직전의 과일을 잔뜩 넣어 먹어 치우기도 하고 냉동실에 처박혀 있던 냉동식품을 꺼내어 창의적인 반찬을 만들어 소진하기도 한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집밥이 대세인 세상이라니.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식단을 짠다. 냉장고에 가득 찬 식재료 소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샌가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게 된다. 시장에서 한 소쿠리에 천 원씩 하는 상추와 깻잎을 잔뜩 사와 질릴 때까지 쌈채소 샐러드를 해 먹기도 하고 한 끼를 맛있게 먹기 위해 이틀 밤낮으로 찌개를 끓이기도 한다. 식단을 짜면서부터 매 끼니 어떤 음식을 먹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탄수화물을 너무 과하게 먹진 않는지 (치킨에도 꼭 밥을 곁들이는 나) 채소나 과일을 배제하고 육류만 주구장창 먹고 있는 건 아닌 지 (장을 보는 목적이 정육코너인 남편) 꾸준히 확인한다. 그 덕에 아주 조금은 괜찮은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점심엔 반찬 가게에서 사 온 삼색 나물 비빔밥에 갈빗살을 구워 먹었다. 저녁엔 홀토마토를 잔뜩 넣고 토마토 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토마토가 그렇게 몸에 좋다는데 자의적으로 절대 먹지 않는 우리 부부가 유일하게 토마토를 먹을 기회는 오로지 파스타뿐이라 요즘엔 의도적으로 토마토 파스타를 식단에 넣어둔다. 지난주에 떡볶이 해 먹고 남은 양배추는 얼른 쪄서 남은 갈빗살을 구워 먹을 때 곁들이기로 했다. 설 연휴엔 생 연어를 사 와 양파 장아찌를 만들 듯 간장 소스에 절여 연어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세련된 식단은 짤 수 없어도 줄기차게 시켜 먹는 것보다야 안팎으로 건강할 테니 조금 더 정진해본다. 잘 먹고 잘 사는 삶을 위해.

3. 휴직의 목표라면

40분 이상의 요가를 주 3회 하는 것. 책 2권 읽기.

4. 1월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가장 잘한 일은 매일 일기를 쓴 것과 5번 이상 매트를 펼쳐 요가를 수련한 것을 꼽고 싶다. 그리고 생일을 맞아 나를 위해 사치품을 구입한 것과 컨디션을 잘 관리해 수술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계획대로 받은 것도 출근과 휴직의 경계에서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쏟지 않고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한 것도. 참 잘했네 1월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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