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일들을 경험한 한 주를 기록하는 수요일
1. 브런치적 허용
짧은 여행으로 부득이하게 수요일에 발행하는 월요일기
2.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든 여행에는 아주 사소한 동기가 있다.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계절에 어울리는 도시를 떠올리다 그 길로 항공권을 결제해 비행기에 몸을 싣곤 했다. 항공권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직업의 이점을 200% 활용하며 그렇기 여행을 다녔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하찮지만 그때만큼은 꽤 중요하고 소중했던 이유를 들어가며 호시탐탐 여행의 기회를 엿보곤 했다.
볼이 새빨개지도록 아주 추운 산행을 마치고 하얗게 눈이 쌓인 한라산에서 마스크 아래 환한 미소가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제주행 항공권을 끊었다. 눈이 다 녹아 없어지기 전에 한라산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애써 잊어버린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보다 오히려 50분이면 도착하는 제주로의 여행이 설레는 기분.
월요일의 제주도에서 만난 모두는 일상으로 바빴다. 제주 곳곳이 텅 비어있고 어디선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 계절 사이 한라산은 탐방예약제를 시작해 백록담을 등반할 수 있는 성판악 코스 (일 1천 명)와 관음사 코스 (일 500명)는 마음만으로는 산행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차를 돌려 영실코스를 등반했고 다행히 눈 쌓인 한라산을 마주할 수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 등산을 시작한 덕에 윗세오름 대피소는 아직 한산했다.
여행은 짧았지만 여운은 긴 법. 등산을 마치고 들어간 숙소의 침대 발 밑에는 한림 바닷가가 가로로 길게 보이는 창이 있었다. 그 창을 바라보면서 딱 하룻밤만 더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라도 언제고 다시 돌아와 하루 종일 창가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3. 클럽하우스가 인기라면서요
지난주 친구에게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를 받은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니. 심지어 그 초대장이 그렇게 귀하다며 중고거래에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를 가입하고 몇몇 저명한 모더레이터를 팔로우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 속 익숙한 목소리인 김하나 작가님을 시작으로 젊은 마케터들과 매거진 비 에디터, 오르에르 대표와 브런치 작가 몇 분을 팔로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클럽하우스 시작 5일 차. 아직까지의 감상은 매우 좋다. 라디오보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팟캐스트 보다는 조금 덜 전문적이지만 녹음이 되지 않고 휘발되는 대화들 사이사이 주옥같은 문장들과 의미 있는 의견이 공유되는 재미있는 공간. 어제는 브런치 작가로 먹고살기라는 방에서 꽤 오랜 시간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즐거웠고 유익했다. 지금처럼 영원토록 성대모사가 특기인 사람들이 모여 어이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저녁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본다. 유해한 공간이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