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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10. 2021

2월 8일 월요일

재미난 일들을 경험한 한 주를 기록하는 수요일

1. 브런치적 허용

짧은 여행으로 부득이하게 수요일에 발행하는 월요일기


2.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든 여행에는 아주 사소한 동기가 있다.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계절에 어울리는 도시를 떠올리다 그 길로 항공권을 결제해 비행기에 몸을 싣곤 했다. 항공권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직업의 이점을 200% 활용하며 그렇기 여행을 다녔다. 돌이켜보면 대부분 하찮지만 그때만큼은 꽤 중요하고 소중했던 이유를 들어가며 호시탐탐 여행의 기회를 엿보곤 했다.


볼이 새빨개지도록 아주 추운 산행을 마치고 하얗게 눈이 쌓인 한라산에서 마스크 아래 환한 미소가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제주행 항공권을 끊었다. 눈이 다 녹아 없어지기 전에 한라산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애써 잊어버린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보다 오히려 50분이면 도착하는 제주로의 여행이 설레는 기분.


월요일의 제주도에서 만난 모두는 일상으로 바빴다. 제주 곳곳이 텅 비어있고 어디선가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 계절 사이 한라산은 탐방예약제를 시작해 백록담을 등반할 수 있는 성판악 코스 (일 1천 명)와 관음사 코스 (일 500명)는 마음만으로는 산행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차를 돌려 영실코스를 등반했고 다행히 눈 쌓인 한라산을 마주할 수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 등산을 시작한 덕에 윗세오름 대피소는 아직 한산했다.


여행은 짧았지만 여운은 긴 법. 등산을 마치고 들어간 숙소의 침대 발 밑에는 한림 바닷가가 가로로 길게 보이는 창이 있었다. 그 창을 바라보면서 딱 하룻밤만 더 머물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라도 언제고 다시 돌아와 하루 종일 창가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제주 한림 숙소 토투가 (Tortuga)


3. 클럽하우스가 인기라면서요

지난주 친구에게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았다. 초대를 받은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니. 심지어 그 초대장이 그렇게 귀하다며 중고거래에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클럽하우스를 가입하고 몇몇 저명한 모더레이터를 팔로우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 속 익숙한 목소리인 김하나 작가님을 시작으로 젊은 마케터들과 매거진 비 에디터, 오르에르 대표와 브런치 작가 몇 분을 팔로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클럽하우스 시작 5일 차. 아직까지의 감상은 매우 좋다. 라디오보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팟캐스트 보다는 조금 덜 전문적이지만 녹음이 되지 않고 휘발되는 대화들 사이사이 주옥같은 문장들과 의미 있는 의견이 공유되는 재미있는 공간. 어제는 브런치 작가로 먹고살기라는 방에서 꽤 오랜 시간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즐거웠고 유익했다. 지금처럼 영원토록 성대모사가 특기인 사람들이 모여 어이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저녁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본다. 유해한 공간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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