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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9. 2021

3월 8일 월요일

여전히 검정 스타킹을 신는 초봄의 월요일기

1. 빵과 장미

수년 전 연남동의 작은 골목에 있던 베트남 음식점 앞에 ‘Happy International Womens Day’라는 팻말이 걸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해 그 날 회사 메신저에도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여럿 도착했다. 돌이켜보면 중국에서도 조금은 촌스럽지만 ‘부녀절 (三八妇女节)’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날을 챙기고 있었던 것 같다. 빨간 장미를 선물 받고 오후 반차 등을 챙겨가며 그렇게.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1900년대 초의 시위에서 시작된 100년을 지내고 일정 정도의 빵과 장미를 누리는 삶을 살고 있으니 그 시절 멋졌던 언니들에게 감사를!


2. 일기와 권태기

휴직을 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건 여유로운 아침시간이었다.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정돈을 하고 요가를 하고 나면 곧장 일기를 쓰곤 했다. 요가를 하던 중 떠올랐던 생각을 적기도 했고 그 날의 즐거웠던 일들도 짧게나마 적어뒀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고 때때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작년 한 해를 보내면서 유치하고 부끄러운 마음들을 남기고 싶지 않아 매 번 마음이 어려울 때면 일기장을 가장 먼저 덮곤 했다.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스스로에게 후련함을 줬달까. 하지만 금방 그 마음이 궁금해지고 그때의 기록들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뭐 변덕이 늘 죽 끓듯 하니까.


오늘은 오랜만에 마음이 가난한 하루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 못 할 권태로움이 곁을 맴도는 기분이 들었다. 일기장을 덮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발견한 오늘의 멋진 문장.


일기장에 펜으로 꾹꾹 눌러 담은 놀랍게도 민망한 일기들이 나조차도 읽을 수 없는 글들로 채워지더라도 적어보기로. To keep a journal.


뀰로그 @ https://m.blog.naver.com/absconder


3. 2월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일주일에 2번 이상 매트를 펼쳐 요가를 수련하면서 몸 회복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마도 가장 잘한 일이었던 것 같다. 눈 쌓인 한라산을 올랐고 한림 바닷가를 발아래 두고 하룻밤을 보냈던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가족들과 쪼개어 비일상적인 설 연휴를 보냈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났다. 반짝 찾아왔던 봄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만 보를 걸었고 나를 위한 병원 진료도 시작했다! 매일매일을 꽉꽉 채워 행복하게 보낸 한 달. 3월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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