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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01. 2021

3월 1일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쓰는 월요일의 일기

1. 비가 내린다

작년 이맘때 첫 휴직을 시작하면서 매일 비를 기다렸다. 회사도 못 가고 그저 신세한탄만 하던 때라 차라리 모두가 궂은 날씨에 마음과 발걸음이 무거워지길 철없이 바라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조용하게 비워진 아파트를 즐기며 인센스를 짙게 태우기도 하고 좋아하는 커피숍에 앉아 오후 내내 책을 읽다 돌아오기도 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어느덧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비가 내린다. 터널같이 아주 길었던 겨울이 마침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도 어느 때보다 진심을 더하여 기분 좋은 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랜만에 인센스를 태웠다.


2. 백화점

여의도에 길게 뻗은 빨간 선의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크고 작은 브랜드와 그간 발길이 닿지 못했던 식당들이 모여 꽤 큰 규모의 식품관을 이룬다고 하기에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전체 공간 중 매장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51% 실내 조경과 휴식공간의 비중이 49%를 차지한다고 했다. 중간중간 만들어진 공중정원과 인공 폭포가 원근에 따라 뽐내는 자태가 대단했다. 지하 2층에서 6층까지 탁 트인 개방감이 멋졌다.


지하 2층엔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르켓 (Arket)이 입점했고 그 곁엔 한남동의 멋진 서점 스틸 북스와 성수동의 세련된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가 함께 있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곁과 곁을 내어주는 공간이라는 것이 멋질 수밖에. 그 외에 개미지옥 같은 몇몇 층을 제외하면 여유로운 공간들도 꽤 있었다. 운 좋게도 프리 오픈일에 방문했던 덕에 그랬겠지만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서울에 10년 만에 새로 생긴 백화점의 인기는 언제쯤 사그라들까. 아마 벚꽃이 다 지고 여름 동안 한강공원의 인파가 몰려든 후에 전염병마저 과거의 일로 사라지고 난 그 이후쯤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토록 재미없는 시기에 이런 엄청난 공간이라니. 어서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다.


3. 또 한 번의 복직

1년 사이 4번째 휴직을 보내고 내일이면 또다시 복직일.


어느덧 햇수로 8년 차가 되어버린 회사생활에서 가장 비일상적인 1년을 여전히 보내고 있다. 벌써 4번째 인수인계 조각모음을 마쳤다. 업무분장이 사라진 지 오래인 데다 회사의 탄력근무제도 그다지 의미가 없어졌다. 연차를 내고 마음 편히 쉬어본 날보다 회사와 조금 멀어져 휴직기간 동안 매일 쌓여가는 메일함을 그저 의무적으로 비우는 날이 더 많기도 했다.


작년 3월 처음 휴직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그저 한 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상황이 이렇게 계절을 돌고 돌아 또 다른 3월까지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또 한 번의 계절을 부지런히 지내고 나면 내년 3월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겠지. 그런 마음으로 또 한 번의 복직을 준비한다.



The hyundai Seoul - 더현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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