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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r 24. 2021

3월 15일 월요일

미세먼지가 기승인 주말을 보내고 2주 늦은 일기

1. 자화자찬 일희일비 경거망동

오랜만에 팟캐스트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듣똑라)’를 들었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진행자 김하나 작가가 게스트로 나온다기에 사실은 챙겨 들었다. 중앙일보 기자들로 구성된 듣똑라 팟캐스터들의 간결하고 정확한 질문들과 듣기만 해도 갑자기 화가 사르르 풀리는 것 같은 목소리의 김하나 작가라니. 퇴근길에 절반 그 다음날 출근길에 절반을 나눠 들었다. 아껴서 천천히 앞뒤로 넘겨가며 들었다.

10대 때는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웠었는데 20대가 되고 대학에 들어가니 어느새 자기 PR의 시대가 와 있었다. 나의 크고 작은 강점을 수 장의 글로 정리해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어수룩했지만 인생 첫 자기 PR이 먹힌 건지 혹은 디스크 조각모음처럼 야금야금 모아뒀던 스펙들 덕인지 취업을 했다. 아침은 주로 괴롭고 퇴근 후의 삶을 바라보는 재미없는 회사원이 되었다. 겸손도 자기 PR도 소용없이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면서 나름의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랄까.

팟캐스트를 들으며 출근하던 날 김하나 작가의 문장 속에 “잘한 일은 자화자찬도 하면서, 기쁜 날은 마음껏 일희일비도 해가면서 너무 고민 말고 경거망동도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그 날 하루가 조금은 바뀌었다. 그래서 유난히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날은 영양제처럼 꼭 이 세 단어를 주문처럼 외치려고 한다. 오늘도 자화자찬하고 일희일비를 일삼으며 경거망동할 테다.


2. 식목일까지는

호기롭게 코트를 벗은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길거리에 모두가 트렌치코트를 부지런히 꺼내 입는데 나 혼자 코트를 입을 수 없었다. 니트 안의 옷들도 가벼이 겨울이면 종종 신던 반스타킹도 세탁해 잘 넣어뒀다. 자고로 식목일에 겨울옷을 넣고 한글날에 다시 꺼내는 것이 우리나라 사계절에 딱 맞는 사이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인지 3월이면 등골이 서늘해도 늘 봄옷을 꺼내 입게 된다. 겨울이 너무 길고 더디게 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3.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3월이 시작되면서 출근을 시작했다. 이른 오후 수련하던 요가도 그리고 매트 위에 가만히 앉아 적어 내려 가던 짧은 일기도 모두 멈췄다. 읽던 책도 잘 덮어 책장 위에 올려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출근과 퇴근 궁리를 하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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