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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07. 2021

6월 7일 월요일

6월에도 장마가 오나요?

1. 만기 적금

   휴직으로 개차반  월급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적금 3개를 들었다. 그리고 5 말부터 6 초까지 훈훈하게 만기 적금을 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만기 적금을 타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낄만한 젊은이가 누가 있을까 싶지만 가뭄에  나듯 나처럼 꾸준함과 인내심으로 쌓아  현금에 짜릿함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


취업한 해로부터 지금까지 천만 원이 넘는 적금을 일 년에 한 번씩 타면서 종종 눈에 보이지 않아 막연했던 나의 업무와 성과와 피로와 스트레스가 비로소 보이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카드값과 빚 덕에 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웃픈 개그 구절처럼 나는 적금 덕에 묵묵히 회사생활을 만족스럽게 이어가기도 했으니까.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새 적금을 들 때면 앞으로 일 년간 내가 또 한 번의 회사생활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의문이 들기도 했고. 마치 연봉 계약처럼 내년의 나에게 회사생활을 담보로 모종의 거래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휴직 중에 새 적금을 들던 작년에 그 고민은 거의 절정에 달하긴 했었고.


올해도 또 내년의 나를 담보로 적금을 기웃거려본다. 일 년은 버티겠지. 일 년도 못 버티겠어 설마.


2. 집안일의 업무분장

자고로 집안일은 각각의 일을 잘하는 사람이 맡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우리 집은 음식 만들기와 무거운 것과 더러운 것을 처리하는 것은 남편이 그 외 모든 정리정돈은 내가 해왔다.


나는 청소와 빨래와 정리정돈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하기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를 남편이 도맡아 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감사했을 뿐. 휴직을 하는 동안 집안일의 80%는 내가 도맡아 하곤 했다. 그저 남편이 재택 하면서 점심 저녁 두 끼를 차려내고 그 와중에 심심하다고 채근대는 나를 데리고 산책도 가주고 커피도 마셔주며 돌봐주었기 때문에 그다지 억울하지도 않았다.


휴직이 끝나고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집안일은 하루가 멀다 하고 쌓여갔다. 삶의 만족도의 가장 큰 척도인 깨끗한 환경을 잃어가고 나는 매일 시름시름 앓았다. 무한 재택 중인 남편 덕에 월세였더라 하더라도 거의 매 달 월세값을 뽕뽑는 기분이었을 것 같은 코로나 시대. 남편이 집에 오래 있을수록 집은 점점 사람 사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수더분하고 너저분하게. 나는 그걸 못 참고 있었고.


얼마 전 구역별 집안일 업무분장을 새로 했다. 남편은 부엌 나는 나머지. 생각해보면 업무분장 전에도 딱히 부엌은 내 공간이 아녔으므로 아쉬움 없이 떠나보내 줬다. 요즘은 이불세탁과 침구 교체할 체력도 점점 떨어지는데 다음번 업무분장에는 이 안건을 논의해보아야겠다.


3. 맥도 못 추는 30대

얼마 전 한의원에 다녀왔다. 신혼 초에 다녀오고 오래도록 안 갔으니 거의 4년 만의 진료였다. 결론은 우리 둘의 체력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의원에서 아주 비싼 보약을 짓고 침을 맞고 좌훈 의자에 앉아 장을 따뜻하게 마사지하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한의사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운동을 하라고 또 음식을 60번 이상 씹어 먹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다. 여러모로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으니 약간의 짜증과 위기감이 몰려왔다.


주말 동안 음식을 얼마나 열심히 씹었던 지 고기를 먹을 땐 광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니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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