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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May 31. 2021

5월 31일 월요일

6월이면 여름 시작 아닌가요?

1. 5월

꽃은 언제나 사치의 산물이지만 그중 제일가는 사치는 결혼을 위한 꽃이라고 생각한다. 신부에게도 플로리스트에게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게 하는 꽃이기 때문에. 작년 이맘때쯤 오래도록 취미로 배우던 플라워 클래스의 웨딩 워크샵이 있었다. 아원 고택에서의 1박 2일 워크샵.


아원 고택의 한옥 한 채를 빌려 신부 대기실을 꾸미고 해가 잘 드는 뒤편에는 작약을 잔뜩 넣은 플라워 아치를 만들었다. 해가 지고 신부 대기실에서 들여온 꽃다발을 두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을 맞이했다. 정말 딱 5월 같았던 풍경이었다. 왜 다들 5월의 신부를 꿈꾸는지 알 것 같았다. 맑고 높은 하늘과 아직 더워지지 않은 바람 덕에 절로 콧노래가 나는 계절이었다. 5월이란.


그러고 보니 작년 웨딩 워크숍이 있기 이전의 5월에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있었다. 정수리가 빨갛게 탈 정도로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올림픽공원 잔디광장에서 낮잠을 잤던 기억. 밤에는 담요를 두르고 앉아 세르지오 멘데스 옹의 노래를 들었던 귀한 기억도 남아있다.


5월은 그런 계절이었는데 올해 5월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하루 걸러 하루씩 미세먼지가 기승인 날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아침에는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싶어지는 쌀쌀함이 매력적이고 저녁이면 따뜻한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공존하는 5. 이제 내일이면 여름 시작이지 . 전기장판은 언제 거두나.


2. 초당옥수수

지난주 남편이 위염 증상을 호소했다. 밤이고 낮이고 배가 더부룩하다며 불편하다고 했다. 시간을 내서 병원을 다녀오더니 위염 초기 증상과 유사하다며 약을 지어왔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남편의 재택과 나의 휴직 덕에 우리는 6개월 이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끼니를 같이 먹곤 했었다. 출근을 시작하면서 그래도 나보다 뛰어난 남편의 요리실력 덕에 큰 걱정이 없었는데 최근 식사를 돌이켜보니 몸에 이상이 올 법도 했다. 남편은 점심이면 매번 맥도날드로 끼니를 때우거나 혹은 내가 퇴근할 때까지 굶곤 했고 물보다는 커피를 주로 마셔가며 하루를 보냈다.


건강한 끼니를 챙겨 먹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약까지 지어 온 남편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그 길로 간단한 장을 봤다. 연두부를 사고 샐러드를 얹어 그저 가벼운 식사를 먹었다. 눈에 밟혀 사둔 초당옥수수도 삶아 먹고 망고를 가득 넣은 요거트도 먹었다. 잠들기 전까지 허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아주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맵고 짠 음식만 덜 먹어도 이렇게 속이 편한 것을 대체 얼마나 대충 먹었던 걸까. 물론 오늘 저녁도 떡볶이를 먹을 작정이긴 하지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할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


그나저나 초당옥수수 철이 끝나기 전에 더 사서 먹어야 할 텐데 오늘 저녁엔 옥수수 장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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