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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n 21. 2021

6월 21일 월요일

방학을 하루 앞둔 월요일의 일기

1. 쓰려고 하는 것들

은 정말 많은데 막상 써 내려가자니 세상 하찮고 부끄러운 것들 뿐이라 지난주 월요 일기는 모른 척 그저 지나가고야 말았다. 어느 때보다 지금 하루하루의 기억이 나중의 나에게 꽤 큰 도움이 될 기록일 텐데 소중하게 대면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2. 오늘도

옛 회사 사람들 꿈을 꾸며 일어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을 앞에 그리고 옆에 두고 나는 밤새 웃었다. 꿈속에서 크게 웃었다. 간밤 이부자리가 아주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아주 길고 깊은 잠을 잤다.


3. 코로나

어느덧 두 번째 월급날이 다가오고 막상 작년 이맘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받는 돈의 금액이 조금 달라졌을 뿐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소파에 누워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던 나는 그저 회사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을 하며 하루를 뭉개 볼까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면 때문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저 나의 마음가짐 때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마음 놓고 이 어리숙한 시간들을 보내지 못하는 나의 태도와 과도한 우려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조금은 이기적으로 누구보다 낯설고 어리숙한 모습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기도 하다. 코로나 블루에 여러 모양이 있다면 아마 무기력한 의지라는 모양의 우울감이 지난 1년 반 동안 나를 감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4. 한약을 먹는다

몸이 따뜻해지는 한약. 엄마 아빠의 큰 소원인 손주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 집에 떡하니 보내진 비싸고 귀한 한약을 매일 3번씩 먹는다.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매 끼니 나이보다 조금 많이 씹으려 노력한다. 모든 것이 노력으로 된다면 좋으련만. 그래도 한약을 먹고 잠에 들면 온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5. 불면증

작년 이맘때 나는 3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일부러 커피를 먹지 않고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기도 하고 낮 동안 힘들게 장을 보고 꾸역꾸역 그 짐을 싸매 들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커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많기도 스트레스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사실은 커피 때문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지난 두 달간 남편은 잠든 날 곁에 두고 혹시 죽은 건 아닌가 매번 내 호흡을 살폈다고 했다. 하루에 한 잔 이상씩 커피를 마시는 지금 내 생활습관 중에 점점 더 뽀얘지는 얼굴과 머리만 대는 수면습관을 보다 보면 새삼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스트레스가 아예 없는 삶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제주도 바다 앞에 앉아있던 나의 무용한 삶에서 조금은 미래지향적인 직업을 꾀하고 있는 현재의 삶을 사는 나. 그저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고 행복하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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