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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02. 2021

8월 2일 월요일

오랜만에 남편과 외식을 기다리는 월요일

1. 그러니까 그게 좀 어때서요

고등학교 내내 단발령이 내렸던 무시무시한 학교를 다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모두가 일제히 머리를 길렀고 나도 호기롭게 머리를 길렀다가 엄청난 머리숱에 물리적으로 목이 아프고 머리 감을 때마다 곤욕인 데다 머리가 엉키고 끊기고. 여튼 그 이후로 20대와 30대를 연이어 나는 짧은 머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그게 익숙해졌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단발머리가 지겨워 숏컷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가벼운지. 아침저녁 미세먼지와 코로나를 피해 하루에 두 번씩 머리를 감을 때마다 얼마나 간편한지. 머리 긴 사람들은 상상은 가지만 실제로 모를 짧은 머리의 무시무시한 편리성. 그러니까 그냥 편하려고 자른 머리, 그저 그게 내 얼굴과 패션에 어울려서 습관처럼 유지하는 숏컷이. 그게 좀 어때서 다들 이렇게까지 웅성거리는 건지 정작 머리 짧은 나는 모르겠다. 무의미한 소란이 그저 요란스러운 시절.


2. 이치젠 덴푸라메시

지난주 운동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 좋아하는 식당으로 직행했다. 식당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라스트 오더가 끝난 줄 알고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세상에 그저 내가 유일한 손님이었던 저녁. 그날은 하루 종일 긴장을 놓지 못하고 결국 운동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이고 지고 시간을 보냈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날이었다. 혼자 너른 다찌에 앉아 튀김 정식과 바질 토마토 그리고 맥주 한 병을 시키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대접을 해야만 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밥을 든든히 먹고 허기를 채우고 나니 조금 울컥했다. 지겹고 나른해서.


오늘도 운동을 마치고 부리나케 이치젠에 갔다. 지난 주와는 사뭇 다르게 사람들로 조금 북적였지만 이내 모두가 집으로 돌아갔다. 좋아하는 곳들에 조용하게 깔린 음악을 들어가며 식사하는 호사를 언제 또 누리겠냐만은 조금은 쓸쓸한 저녁 풍경.


3. 늦여름

그래도 더위가 한풀 꺾였다. 운동을 하고 나오니 바람이 선선했고 5분도 걸을 수 없던 숨 막히던 밤바람이 이제 조금은 가벼워졌다. 올해 여름엔 말 그대로 바닷물에 발 한번 못 담가보고 정말 가을을 맞이하려나 싶다가도 그런 해도 있지 라는 마음으로 달래 보는 여름.


신용산 이치젠 덴푸라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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