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월요일
매미소리가 우렁찬 아침에 쓰는 일기
1. 입추
정말 지독했던 더위가 조금 주춤하나 싶더니 부지불식간에 입추가 왔다. 신기할 만큼 입추가 되자마자 저녁 바람이 여름에서 가을로 조금 돌아선 느낌이었다. 여전히 한강까지 산책을 갈 수 있는 바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에어컨을 용기 있게 끌 수 있는 정도의 밤바람.
여름 내내 4단계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반 덴탈 마스크에서 94로 그리고 무더위에 졸도할 뻔한 날들에는 AD 비말 마스크로 바꿔가며 생활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 이상이 마스크 전문가가 되어가는 수준의 팬데믹.
비가 오는 날이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만 조용했던 아파트 놀이터는 올봄부터 어쩐지 고요할 정도로 조용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어느새 실내 생활에 적응한 것 같은 느낌. 주말이면 아침 일찍 길을 나서 발바닥에 불이 나는 밤늦게야 집에 돌아오던 우리 부부도 어느샌가 집에서 보내는 평일 저녁과 주말의 일상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답답하고 어느 날은 참을 법한 여름과 팬데믹, 입추도 왔는데 이제 가을 겨울이면 좀 나아지려나.
2. 백신
이직을 한 회사가 백신 우선접종 기관에 속하게 되면서 부랴부랴 백신을 예약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을 바꿔야 하는 바람에 아쉽게 취소를 누르고 속을 끓였지만 그래도 백신이 코 앞에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넥스트 레벨.
백신 예약 일정 변경은 안타깝게도 시스템 상 구현이 되어 있지 않아 웹사이트에서 예약 현황 조회 후 취소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재예약하면 되는데 인터넷으로 신청이 어려워 1339와 관내 예방접종센터에 전화를 열 통 넘게 넣었고 겨우 연결된 1339에서 15분 정도 안내 음악을 듣다가 재예약을 잡았다. 우선접종 신청기간이라 이 정도로 전화연결이 된 것 같다. 10부제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전화하길 잘한 건가 싶고.
나란 사람 첫 백신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부터 맞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다 얀센 잔여백신에 실패하고는 결국 돌고 돌아 화이자와 모더나 중에 고르려니 황송한 기분. 모두 백신 예약에 성공하시고 튼튼한 면역으로 위드 코로나 이룹시다. (포스트 코로나는 좀 양심 없는 것 같아서 이제는)
3. 전복 미역국
어릴 때부터 몸이 허해진다 싶으면 엄마가 한 솥 가득 미역국을 끓여줬다. 우리 집에서는 농부 샐러드라고 부르는 야채 많이 파프리카 많이 투박한 반찬 그릇에 소스 조금을 뿌리는 야채샐러드도 함께 먹곤 했다.
결혼을 하고 내 손으로 미역국을 끓여보니 도저히 맛이랄 게 안 나서 남편에게 미역국을 부탁했고 한 달에 한 번은 전복을 넣거나 한우를 넣은 미역국을 한 솥 끓여 먹는다. 지난 주말 유난히 누워 지낸 하루 끝에 남편이 전복을 열심히 손질해 미역국을 끓여줬다. 얼른 퇴근해서 먹고 싶다. 배고파.
4. 제로 웨이스트
코로나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 제로 웨이스트. 아로마티카의 유리병과 리필 샴푸를 사서 사용하다가 망원동 알맹 상점이나 서대문구 보틀 팩토리에 가 샴푸를 리필해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 곳 중 어느 곳도 가지 못하는 현생의 나.
*알맹 상점: https://instagram.com/almang_market?utm_medium=copy_link
*보틀 팩토리: https://instagram.com/bottle_factory?utm_medium=copy_link
결국 동구밭에서 샴푸바와 린스바를 추가 주문했다. 1년 전쯤 동구밭 샴푸바를 열심히 사용하다가 겨울이 되고 머릿결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 아로마티카로 옮겨가던 참이었는데. 이번에 구입한 린스바가 정말 물건이었다! 늘 한아조 비누망에 한아조 조각 비누를 모아 쓰다가 동구밭을 넣어 쓰곤 했는데. 한아조는 한아조 비누망에, 동구밭은 동구밭 거품망을 추천합니다.
반곱슬에 머리가 굵고 숱이 많은 나는 중건성용 연두색 샴푸바를 주로 사용한다. 일 년 동안 투박한 천연 수세미 한 줄을 구입해 잘라 쓰다가 남편이 불편함을 토로해 이번엔 동구밭 수세미도 구입해보았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안하는 것보단 낫잖아. 제로 웨이스트라는 것.
*동구밭: https://m.smartstore.naver.com/dongguba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