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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06. 2021

9월 6일 월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월요일 퇴근길의 일기

1. 시간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잘 모르겠다. 어느 날은 몸이 아팠고 또 어느 날은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일주일이 꼬닥꼬닥 잘 지나가고 9월이 시작됐다. 몸이 나아지려면 최소 2개월은 있어야 한다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2달이 지나 11월이 되었으면. 올해는 11월부터 캐롤도 듣고 촌스러워도 빨간 니트도 꺼내 입고, 미리 사 둔 빨간색 유리잔과 남편이 미리 주문한 크리스마스 접시가 닳도록 써야지.


2. 백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백신을 맞는다.  달의 짧은 임신기간 동안 가장 아쉬웠고 우려됐던 부분이 백신이었는데, 원래 잡아두었던 일정에 맞추어 백신을 맞을  있게 됐다. 이 상황을 진정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부모님들은 진작 2차까지 맞으신 데다 주변 지인들도 대부분 1차를 맞은 터라 사실 나는  늦은 편인데,  덕인지  때문인지 지인들과의 식사 약속도 모두 나의 백신 2 접종 이후로 조정해두었다. 남편 외에 다른 사람이랑 언제 저녁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계절들. 내년 이맘때쯤이면 적어도 마스크는 벗지 않으려나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이제는  바라볼 때도 됐지.


3. 넷플릭스 ‘The Chair’

산드라 오 주연의 (그 어느 넷플릭스 작품보다 가장 한국적인) 더 체어를 봤다. 한국 이민자 가정의 적나라한 묘사와 매우 사실적으로 연출한 돌잡이 장면까지.


스토리 라인도 꽤 쫀쫀했고 은근히 드러나는 현시대의 갈등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학과장 역을 맡은 산드라 오의 패션이었다. 시즌 내내 같은 겨울 코트와 같은 목도리를 착용했다는 점. 대학가 어딘가에서 볼 법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된 교수진들이 어딘가 익숙했다. 같은 옷을 입은 배우들은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20분씩 돌아가는 모든 회차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드라마만 매 회차 주인공들의 패션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알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요즘 과몰입 중인 갯마을 차차차에서 신민아는 쉼 없이 에르메스와 로저 비비에를 들고 신고 나오는 장면도 스쳐 지나가고. 물론 신민아는 치과의사 역할이니 아주 과한 설정이 아니다 싶기도 하고. 그 나름의 보는 재미도 있기도 하고. 여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4. 우산

사무실 가장 아랫 서랍에 넣어둔 우산을 집에 가져다 둔 줄도 모르고 이것저것 확인하느라 미리 우산을 빌려두지 못했다. 그 덕에 오늘 하루 5마디를 나눈 옆자리 동료에게 어색하게 우산을 빌려왔네. 월요일인데 주말엔 잘 지냈는지, 몸은 괜찮은지 같은 소소한 일상은 궁금하지도 않고 묻고 싶지도 않은 건 피차 동일한데. 매주 월요일마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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