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파 Nov 05. 2021

오늘 벌은 사랑고백이야

기왕이면 웃는 쪽을 선택하기

도도는 오늘도 소리없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왔는지 오동통한 손에 들린 것들을 확인한다. 수학책과 수학익힘책. . 필통이 없다. 마음이  실망감이 인다. "군인이 전쟁터에 총을 두고 가면 ! 학생이 학교에 연필을 안들고 오면 되나!" 하는 고전 잔소리는 하진 않았지만, 아마 마스크 너머의  눈빛으로는 이미 꾸지람을 했을 것이다. (군인과 학생을 동일선상에 놓는 저런 비유는 언제부터 내려온 걸까. 아무래도 군대와 학교는 많은 지점에서 통한다.)  


필통을 들고오지 학생에게 노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 단순히 필통을 챙기지 않았단 사실보단 수업에 임할 마음가짐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닌 듯이 "오늘은 선생님꺼 ." 라고 내가 가진 것을 내주면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고 상황을 종료시킬  있을텐데 직업병의 요상한 발동으로   마디를 덧붙이게 된다. 주로 꾸지람과 잔소리 쪽으로. 그러면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유쾌하지 않은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오늘은 유쾌함을 잃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선생님 연필 빌리려면,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해야돼."

엄한 표정을 풀고, 눈꼬리에 웃음기를 담는다.

오늘의 벌은 사랑고백으로 정한다.

오동통한 두 손이 모여 사랑을 보낸다.

 - 선생님, 사랑해요.


"에이, 이정도 가지곤 연필 못빌리는데 ~ 아직 부족한데?"

두 팔을 들어올려 머리 위에서 오동통한 두 손이 만나 더 큰 사랑을 보낸다.

 - 선생님, 사랑해요.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띄워진다.

모난 성정대로 말하지 않고, 기왕이면 유쾌함을 선택할 것.

자그마한 삶의 지혜를 하나 얻어간다.


출처)  pinterest


매거진의 이전글 작고 반짝이는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