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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Nov 05. 2021

#10. 친구에게

2021. 09. 01. 

오늘의 그림책


친구에게 

글 그림 김윤정

출판사 국민서관




주인공이 따로 없는 그림책이다보니 주인공 자리에 나를 세워본다. 

나의 친구들의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여럿인걸보니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감사하다.


그 중에서도 요즘 내 삶에 가장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좀 더 크게 떠올려본다. 

바로 나의 공동체 사람들이다. 나에겐 대구에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보자고, 함께 뜻 모으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세대도, 성별도, 성격도 다른 우리이지만 같은 뜻과 가치를 품은 것으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물이 없다고 슬퍼 하지마, 내 물을 나누어줄게. 

그림책 속의 친구가 그러하듯, 우리는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려한다. 세상은 각개전투로, 내 곳간을 내가 잘 채워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안전한 보호막을 마련하고, 노후를 대비해야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작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며 배로 풍성한 삶을 꿈꾼다. 서로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가진 물질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삶을.



차가운 비를 맞고 있다면 나도 함께 그 비를 맞을게. 

요즘 공동체의 공부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도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비를 맞고 있는 누군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 내가 가진 우산을 접고 그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라고. 입장의 동일성이 진정한 공감을 만들어낸다고. 우리, 서로를 그렇게 만나가자고 이야기했던 지난 주의 책 모임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혼자서는 힘들어도 함께라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어. 

마을을 만들겠다는 꿈. 여전히도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마을의 시작이 될 터전을 꿈꾸며 땅을 사고 건축을 준비중이지만, 계속 막히고 풀리지 않는 상황에 마음이 무너질 때가 많다. 이미 내놓은 대출 금액에 한 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다는 옆집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며 또 한 번. 나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두려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체념하지 말고, 위축 되지않고, 담대하게 꿈을 꾸자고. 건강하게 먹고, 입고. 경쟁하지 않고, 각자도생하지 않고, 생명과 평화의 삶을 함께, 어우러져, 신명나게 일구는, 그런 마을을 꿈꿔보자고. 아마 혼자였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이기에 꿈꿀 수 있었다.



그림책을 통해 지금 내 곁에서 함께 걷는 친구들의 존재에 다시금 감사를 느끼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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