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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Nov 10. 2021

#13. 나 때문에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회복하느냐이다.

오늘의 그림책


나 때문에

글 그림 박현주

출판사 이야기꽃



   살붙이고 사는 가족 사이에 갈등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매일 사랑 넘치는 눈빛과 말을 주고받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족은 이상적이고,  이상하다. 싸우지 않는 친구도, 싸우지 않는 연인도 마찬가지로 이상하다. 갈등이 없는 관계는 누군가  명이 해야  말을  참고 있거나, 상대의 연약함을  참아주고 있는 것이다. 진심을 감추고 있는 관계일 확률이 높다. 정직하게 서로의 밑바닥을, 진심을 내보결과로 갈등일어난다. 중요한 ,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갈등을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 터놓고 소통하는 과정이 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

     

  그림책 속의 가족도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을 겪고 있다.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엄마와 직장생활에 지친 아빠, 우리가 엄마아빠를 너무 많이 불러서라고 갈등의 화살을 자기에게 돌리는 짠한 고양이와 자녀들이 있다. 서로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아빠에겐 주말에 잠시나마 혼자만의 여유시간이, 퇴근했을 때 눈 마주치며 건네는 ‘수고했어요.’ 한 마디가 필요하다. 엄마에겐 가사 노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차려주는 말 한 마디가, '고마워'라는 한 마디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겐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조잘거림을 들어줄 귀가 필요할 뿐이다. 대단한 비용이 드는 것도, 대단한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은 아니다.

준비물은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할 입과 들어줄 양 쪽 귀 뿐이다.

물론, 돈으로구할  없는 진심도 함께 준비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림책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서로의 진심을 터놓고 갈등을 회복해나가는 모습이 다음 페이지에  나오면 좋겠다.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 가족의 그림책에선 이미 찢겨져 나간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싸움은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치명적이지 않다고들 전해오지만, 해결해야할 갈등을 없었던 일로 덮어두는 , 소통의 장을 열지 않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그걸 우리 엄마와 아빠는, 나와  동생은 몰랐다. 어쩌면 알았어도 침묵과 불통, 회피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밑바닥을 보는 것이 두렵고, 묵힌 감정과 속마음이 터져나오는 장면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응당 화내고, 싸우고, 터뜨렸어야 했을 감정들을 묵히고 덮고, 숨긴 결과로 우리 가족은 모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새겼다. 엄마는 끝까지 참았고, 아빠는 끝까지 이기적이었고, 나와 동생은 도망 나왔다. 그렇게 끊어진 소통의 끈은 여전히 이어지지 못한  호적 뿐인 가족이 되었다. 지난한 소통의 과정과 회복의 시간이 관계의 깊이를 더한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깨달았을까.

 아직 우리 가족의 그림책이 결말을 맺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을 다르게 그려볼 수 있을까,

이뤄지기 힘든 바람을 잠깐 떠올린다.  

     

갈등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자란 나는 결국 가족을 만들지 않고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갈등을 회피하는 고약한 버릇을 여전히 가진 채로.

가족들과 부대껴 먹고, 자고, 다투며, 결국 사랑을 택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소통과 회복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갈등에 지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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