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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Nov 05. 2021

#12. 파닥파닥 해바라기

2021. 11. 4. 

오늘의 그림책


파닥파닥 해바라기

글 그림 보람

출판사 길벗어린이



키가 작은 해바라기 한 송이. 또래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 훌쩍 커버린 다른 친구들에게 가려 햇빛도 겨우, 물 한 모금도 겨우 마시며 살아간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라겠단 의지를 놓지 않는 키 작은 해바라기가 기특하다. 교실 밭에 심긴 키 작은 해바라기들을 떠올려본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아이, 덩치가 작은 아이도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배움의 속도가 느린 아이들이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움에서 속도가 더딘 아이들이니 말이다. 씁쓸한 현실이다.


올해는 기초학력 채움 교사라는 업무를 맡아, 게 중에서도 배움의 속도가 가장 느린 아이들을 만나는 1년을 보내고 있다. 국가에서 이 나이가 되면 적어도 이 정도는 꼭 알아야 돼,라고 정해놓은 성취기준들을 현저하게 성취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몸을 굽혀 햇볕을 쬐고 물 한 방울 마시기 위해 분투하는 키 작은 해바라기처럼 학교에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오고 있는 기특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그림책에서 해답을 얻는다.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사람, 존재를 알아봐 주는 사람으로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찾아주지 않으면 그냥 묻혀 있거나 존재가 지워질 수 있는 아이들을 발견해주는 사람으로 있어야겠다. 해바라기에게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듯 함께 했던 잎사귀를 날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벌처럼 말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어쩌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한 아이의 어떠함을 특별함을 발견해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네, 넌 목소리가 씩씩하네, 하물며 너는 밥을 참 복스럽게 잘 먹는구나. 라도 배움이 느린 아이들에겐 더더욱 필요한 발견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눈에 드러나는 결핍이다. 그 결핍이 그 아이 존재 자체의 결핍이 아님을 되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해줄 필요가 있다.


내가 어디 있는지 한 번 찾아볼래요?라는 질문에 누가 키가 작은 해바라기 인지 단번에 찾아낼 수가 없다.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이들의 따스한 격려 속에 느리지만 제 속도에 맞춰 꾸준히 자란 결과다. 지금은 또래에 비해 부족하고 더딘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자랄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아이들에겐 필요하다. 나도 그런 어른 중 한 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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