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소인배 성격을 어찌할까. 어제도 내 소심하고 잘 삐지는 성격 덕에 반나절 내내 아들한테 짜증만 부리다 찝찝한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도닥거리며 화해를 시도하긴 했지만 마은속의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이 찝찝함은 바로 나 스스로에 대한 것이다. 도대체 난 또 왜 그랬을까.
일단은 지난 주 너무 피곤했던 탓이다. 주중 거의 매일 야근했으니까. 매일 야근하면 아이는 매일 섭섭해진다. 같이 놀 시간이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피곤해지고, 아이는 섭섭해지고. 쌓였던 섭섭함을 주말에 풀어준다고 애썼지만 바닥난 체력은 쉽게 날 도와주지 않는다. 애초에 비축량이 매우 적었던 체력이 모두 소진되면서 나의 인내심도 같이 소진된다. 이제 짜증이 나갈 시간이다.
4일동안 아빠랑 놀지 못한 값을 이자까지 쳐서 주말에 받으려 했건만 정작 돌려받은 건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좀비같은 아빠의 짜증이라니. 아이의 심정도 백분 이해는 가지만 몸을 움직일 기력이 없다. 그래도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다시 한 번 몸을 일으켜 본다. 몸을 움직이는 건 초단시간에 모든 체력을 소진하게 되니, 가급적 길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앉아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한다. 바로 게임. 닌텐도 스위치.
아이는 너무 신이 났나보다. 이리저리 방방 뛰고 멈추질 않는다. 체력이 없을 때는 이 산만함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짜증 1탄 발사. 1시간여를 웅크리고 나와서 다시 놀기 시작. 밀린 집안일도 있기에 놀다가 집안일 하다가 이거 하다 저거 하다. 다시 체력은 슬슬 바닥을 보이고. 그래도 그 와중에 아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이뻐서 다가가서 뽀뽀를 하려는데.
"아, 더러워. 비켜. 저리가"
흑. 내가 너무 피곤해서 주말 이틀 간 수염도 안 깎고, 어제는 세수도 안 하긴 했지만(이렇게 쓰고 보니 물리적으로 더럽긴 하다) 그래도 이게 아빠한테 할 소리냐! 라며 갑자기 소인배 모드로 진입. 나 혼자 삐져서 그대로 침대에 누울때까지 소심한 아빠 시전.
이게 10살짜리 꼬맹이와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이게 다 나의 저질체력 탓이다. 사람에겐 정해진 그릇이 있다지만, 그건 체력에 따라서 가마솥처럼 커지기도 했다가, 밥공기처럼 작아지기도 한다. 아이의 작은 투정조차도 금새 흘러넘칠 만큼 지금 나의 그릇은 간장 종지만하다. 잠을 자면 그나마 좀 늘어날텐데 요즘은 잠도 깊이 들지 못한다. 악순환의 반복이고, 모든게 다 내 탓이려니. 까지 생각이 미치면 또 무한자책으로 접어들면서 처음에 말했던 찝찝한 모드로 진입하게 된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로 시작해서 나에 대한 실망, 자괴감 등등 남들이 보기엔 쟤 왜 저래 싶은 것들로 구멍을 파고 들어간다. 그게 어제 나의 모습.
좀 더러우면 어떻냐. 그냥 뽀뽀 한 번 해주는 게 대수냐. 싶지만, 그게 정말 싫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장난이었을 수도 있는데 난 그걸 다큐로 받아서 성질을 내버렸다. 이 쯤 되면 외모가 더러운 게 아니라 성격이 드러운 게 문제다.
물론 마음 한 켠으론 '아 이제 뽀뽀도 마음대로 못 하는 나이가 벌써 된 건가.' 라는 아이가 커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엇다. 훌쩍 커 버린 아이, 이제 뽀뽀를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더럽다는 말에 대한 모욕감, 실제로 더러운 걸 들킨 창피함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작고 콩알만 했던 짜증이 눈덩이 처럼 커졌다가, 다시 압축되고 또 커지고를 반복되다가 결국 빡!
참 성질 더러운 아빠다. 그래도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아빠니까 이제 더러운 몰골로 함부로 다가가지 않을게. 그리고 늘 지키지 못 하지만, 그래도 짜증내지 않을게 라고 또 다짐할게. 어제 잠들기 전에 '아빠, 내일은 일찍 와?' 라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했지만, 오늘은 정말 일찍 가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