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문제 풀이
드디어 초3이 되었다. 저학년 중 최고참, 고학년이 되기 바로 전 단계. 이제 많이 컸다 싶기도 하지만 아직도 아기아기한 시간. 하지만 초3이 되는 순간 큰 변화가 몇 가지 있다. 바로 정규교과에서 영어의 출현, 수학 난이도의 상승 그리고 두둥! 시험의 등장.
요새는 영어 유치원 보내시는 분들도 많고 대부분 3학년 정규고과 편성되기 전에 영어를 시작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도 1학년부터 영어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학원 숙제 보면 이게 초등 저학년이 배워야 할 수준인가 싶긴 하다. 내가 모르는 단어들도 수두룩하다.)
3학년이 되면서 진짜 문제는 영어보다 수학에서 시작된다. 단원평가라는 이름으로 1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본다. 100점 만점으로 채점을 해서 개개인의 점수를 알려준다. 드디어 ‘틀렸다’라는 개념을 집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알게 된다. 아이도 처음 평가라는 걸 받아보고 주위 또래들과 비교를 시작하게 되니 신경이 쓰이나 보다. (이런 거 신경 안 쓰는 아이도 있지만 내 유전자 어디가랴) 어디서 들었는지 자기도 선행을 하겠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시작된 공부. 초3 수학쯤이야 집에서 봐줄 수 있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나에겐 교육자로서의 능력은 없었다. 타박과 구박과 분노와 후회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버티다 결국 수학학원을 등록했다. 역시 전문가가 가르치는 게 좋다는 생각도 잠시, 곧 숙제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좋은 학원을 보낸다고 해도 집에서 숙제 백업을 해 주지 못하면 결국 비싼 돌봄교실 보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아직은 아이 혼자 공부를 해 나가기 어려운 나이인데 챙겨야 할 숙제는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매일 저녁은 붙잡아 앉혀두고 숙제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자유롭던 주말도 이제는 월요일 학원 숙제를 하느라 노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쯤 되고 보니 현타가 온다. 9살짜리 아이한테 이건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초3? 눈높이라고 불리던 학습지 정도 한 기억은 있지만 그거 말고 딱히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기억은 없다. (물론 기억은 언제나 왜곡되기 마련이니 정말 열심히 공부했을 수도 있다. 아주 낮은 가능성으로) 공부한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동네에서 놀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는 걸 보면 (그게 더 즐거워서겠지만) 공부나 숙제로 스트레스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숙제 스트레스라면 방학 때 일기 몰아 쓰던 정도?)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숙제에 치여산다. 아이 친구 중엔 벌써 학원이 10개나 된다는 아이도 있고, 밤 10시에 집에 들어간다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들은 언제 노는 걸까. 혹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도 취업준비를 해야 하고, 취업한다고 해도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가다간 아무도 못 놀아!
이런 딜레마 속에서 가급적 아이한테 자유시간도 많이 주려고 한다. 숙제는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같이 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인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줄어든다는 부작용이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될 것 같아서 이 주제를 골라봤는데 역시나 답이 없다. 애초에 육아에는 부와 모의 수만큼 다른 방법이 있으니 정답이 있을 리가 없다. 나와 내 아이에게 좀 더 맞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다만, 놀이터에는 친구들이 없고 학원에 가야만 친구들이 있는 세상에서 조금 더 놀 수 있는 자유를 줄 수 있는 건 부모들 아닐까. 오늘도 숙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비집고 나와서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