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부터 해결하자
SUBTOTAL = 목록이나 데이터베이스의 부분합을 반환
살다보면 이런저런 문제들로 괴로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이들고 직장 다니다보면 그런 문제들로 괴롭다고 티내고 다닐 수도 없다. 힘들고 지치고 외롭고 슬퍼도 아무렇지 않은 척 꾸역꾸역 일은 해내야 한다. 내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눈 앞에 주어진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로 인해서 현재의 나를 망칠 순 없다.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마케팅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인생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격언이다. 특히 직장에서 연차가 쌓여가고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수록 더욱 뼈저리게 느껴진다. 갈수록 업무범위는 넓어져 가고, 의사결정 해야 하는 문제들도 늘어나고, 가이드를 줘야하는 업무도 많아진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오픈카를 타고 신문배달을 하는 느낌이다. 배달해야 하는 집에 정확하게 신문을 집어넣으면서 앞에 나오는 장애물들을 피해가며 운전도 해야한다. 신문을 잘못 배달하면 욕을 먹고, 운전을 실수하면 내가 죽는다. 긴장의 끈이 너무 팽팽해서 호흡이 가빠온다. 오픈카고 지랄이고 이제는 내려서 걷고싶은 생각만 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선택과 집중이다. 속도를 늦출 수 없다면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먼저 넣어줘야 하는 집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첫 바퀴에 10집을 모두 다 넣으려다가 사고나면 모든 게 망하는 거다. 한 바퀴에 한 집씩 원하는 집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운전에 집중한다. 10바퀴가 걸리겠지만 실수의 확률은 줄어든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력을 높이면 한 바퀴를 도는 평균속도를 120km로 올릴수도 있다. 인생 복잡한 일 투성이지만 하나씩 줄 그어가면서 해결하다보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제일 먼저 집어넣을 집을 정했다면 나머지 9집은 신경쓰면 안 된다. 오로지 그 집에 정확하게 집어넣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일을 할 때도, 인생 나아갈 때도,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나머지는 생각하면 안 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집중도를 나눠써야 한다.)
엑셀에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함수가 있다. 테이블의 raw data가 너무 많아서 모든게 뒤죽박죽일 때 내가 원하는 숫자들만 필터링해서 보고 싶을 때 쓰는 함수, SUBTOTAL.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서 사용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부분합 또는 부분평균을 구할 때 쓴다. 예를 들어, 이번 달 나의 지출 중에서 각 항목별로 쓴 금액을 간단히 확인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다. 테이블에서 단순히 SUM 함수를 쓰면 필터링을 걸어도 합계값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SUBTOTAL을 쓰면 필터링후에 남은 값들의 합계 또는 평균만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제외된다. 물론 SUMIF 또는 VLOOKUP을 통해서 요약 테이블을 따로 만들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없이 간단히 숫자만 확인하고 싶다면 SUBTOTAL이 제격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테이블의 계수로만 계산하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잠시 뒤로 미뤄두는 것.
연차가 차고 직급이 올라가면 한숨 돌릴 줄 알았더니 점점 더 숨가빠지기만 한다. 이래저래 탓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소연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멈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의 범위를 좁혀야만 한다. 가능하면 내가 원하고, 또 하면 즐거운 일들이 있는 쪽으로. 아직 나에게 다가오지 않은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면 지금 눈 앞의 일들까지 망쳐버릴 수 있다. 눈을 감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이제 눈을 뜨고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