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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심일일

통증 일기 #2

불편해지는 일상

by 현진형

MRI 판독 결과는 큰 이상 없음. 의사 선생님도 증상을 듣고는 꼬리뼈와 햄스트링 근육이 붙어있는 부분에 염증이 생겼을 때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했었는데 영상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도 MRI상 염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파열이나 손상은 아닐 거라고 했다. 그래도 통증이 있으니 주사를 맞고 소염진통제를 좀 쎈 걸 써보자고 하셨다. 큰돈 내고 MRI를 찍으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니 오히려 답답해지는 기분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예전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손상이 있었을 때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몇 번 맞았었다. 통증이 줄어드는 즉효는 있었지만 금세 다시 재발했다. 일시적인 거라는 걸 알고선 그 후로 왼쪽 어깨 통증이 있었을 땐 주사를 맞지 않고 운동과 재활치료를 병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사라도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는 맘만 먹으면 삼각대라도 해서 안 쓸 수 있지만 다리는 그렇지 않다. 휴직을 한다고 해도 하루종일 누워있을 수는 없을 테니 인간이 살아있는 이상 다리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을 최소화할 순 있지만 앉고 일어서는 것도 문제다. 앉고 일어설 때 가장 통증이 심한 나로서는 앉을 때부터 이미 스트레스다. 게다가 통증 부위가 앉을 때 눌리는 부위다 보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하루종일 엎드려 있고만 싶은데 그럼 허리가 나갈 것 같고. 잠시의 효과라도 기대하며 일단 주사를 맞았다.


주사 맞고 주말에 술 약속이 있어서 아직 새로 받은 약은 먹어보질 않았다. 다만 주사를 맞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물론 이전보다 통증이 약해진 느낌은 있지만 불편감은 여전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괜찮아지려나 했는데 2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 통증은 그대로이고 다만 통증의 느낌이 좀 달라졌다.


오래 아파본 사람은 알겠지만 동일한 통증으로 아픈 시간이 길어지면 우울감이 짙어진다. 특히 이번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스트레스가 심하다. (원인을 찾지 말자고 했지만 아플 때만큼은 원인을 알았으면 좋겠다.) 최근 이런 우울감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다리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운동으로 어떻게든 이겨내보려고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받는 건 사실이다. 오늘 저녁부터 먹을 소염진통제가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MRI상 염증이 없다는데 소염진통제를 먹는 게 맞나? 그것도 이렇게 쎈 걸로?)


수요일에 다시 보자고 하셔서 예약을 잡았다. 다시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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