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지겨웠더라?
지겹다. 너무 오래 일했어. 20년이 뭐냐고. 대리 달기 전에 그만두겠다고 했잖아. 과장 달면 이직한다며? 이젠 어디 가지도 못 해. 아 답답하고 지겹다.
이렇게 똑같은 직장에서 20년이나 일할 줄 알았나.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이 정도로 지겨울 줄이야. 아니면 올해 특히 또는 오늘 특별히 더 지겨운 건가. 아니다. 지겨운 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인데 요즘 주위에서 지겹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는다. 5년 차도, 10년 차도, 20년 차도, 25년 차도 모두모두 지겹다는 말을 달고 산다. 지금이. 이 시대가 지겨운 건가보다.
말에는 힘이 있다. 정말 그런가 보다. 지겹다는 말을 많이 들으니 내 인생도 지겨워진다. 아니 지겨운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나보다 2년 더 다닌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인생이 모조리 꼬인 것 같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가 꼬은 걸까, 세상이 꼬이게 만든 걸까. 이런 생각은 끝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겹게 꼬인 내 인생이 나타난다. 실뱀처럼 시작해서 구렁이가 되고 용이 되어 승천할 지경이다.
말에도 힘이 있지만 글에도 힘이 있다. 제목은 지겹다고 썼지만 이제 그만 지겹다고 쓰면 그것 또한 이루어지지 않을까.
오늘도 지겹다고 외치고 있는 수많은 직장인들 파이팅! 지겨워도 존버 인생 펼치고 있는 사람들 모두 파이팅! 학교 가기 싫은 사람, 회사 가기 싫은 사람 모두 파이팅! 지겹고 지겹고 지겨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지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고(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아름다울 거니까.(몬스터)
왠지 오늘만 쓰자의 속편 같은 느낌이지만, 내일만 보고 살자. 너무 먼 미래를 꿈꾸면 그것 또한 지겨우니까. 그냥 내일만 보자. 내일이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오늘만 쓰자. 그리고 내일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