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일어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심일일이라 이름 짓고 오늘만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글을 쓴 지 14일 차.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길게 쉬지 않고 썼다. 초등학교 방학숙제도 마지막에 몰아서 했으니 14일 연속 글쓰기는 내 기준으로는 대기록이다. 다이어리에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것과 달리 제대로 글이라는 틀 안에서만 본다면 정말 초유의 사태다. 14일 연속 글을 쓰다니. (잠시 퀄리티는 논외로 한다. 외면한다.)
시작할 땐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싶었다. 3일 쓰다가 까먹었다가 또 얼마간 쓰다가 쉬다가 그렇게 또 연말즈음 되면 내년 목표로 다시 세우고 있겠지.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도리질하며 떨쳐내려 해도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은 껌처럼 진득하게 나에게 엉겨 붙었다. 그래도 썼다.
여기 브런치에 제대로 된 글을 꾸준히 올리고 계신 작가님들에게 비할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내 기준으로는 초유의 사태이니 잠시 일련의 사건들을 짚어본다.
위기도 있었다. 일단 주말. 주말은 최대한 게으르게 보낸다가 모토였기 때문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건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글을 썼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땐 이전에 저장해 둔 글을 어떻게든 살려서 내보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쓴다는 데 중점을 뒀다. 두 번째는 술 마시는 날 또는 술 마신 다음 날. 일단 시간이 없고 또 체력이 없다. 그래서 술 마시는 날은 술 마시러 가면서 어떻게든 쓴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음, 어떻게 했는지 숙취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술 마실 때의 비장감을 그대로 가져다가 존버의 마음가짐으로 글도 쓰지 않았을까.
이렇게 험난하게 14일을 버텨왔다. 이렇게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서 140일이 되면 좋겠다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14일 이후에는 15일만 있을 뿐이다. 작심일일은 그러라고 만들었다. 나는 한 놈만 패는 게 아니라 나는 하루만 쓴다.
매일 쓰다 보니 브런치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쓸 때는 라이킷이 아무리 많아도 10개 수준이었고 일일 조회수는 15회 미만이었다. 지금은 라이킷은 15개~20개 사이, 조회수는 평균 20은 꼭 넘어간다. 절대숫자가 너무 작긴 하지만 꼼수로 이걸 율(%)로 나타내면 성장률이 50% 수준이니 어마어마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글을 쓴 날만 생기던 라이킷이 이제 글을 쓴 다음 날에도 어제 글에 생긴다는 것이다. 이게 제일 기분이 좋다. 누군가 오늘도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것.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작지만 큰 동기부여. 내가 스스로에게 말하긴 어렵지만 라이킷을 빌어 잘하고 있다고 나에게 칭찬할 수 있는 핑계이자 빌미.
그렇게 14일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이 글과 함께 나는 작심일일을 채운다. 세상에 나보다 연속으로 글 많이 써 본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라고 하면 엄청 많이 나오겠지? 조용히 살자. 아니, 조용히 쓰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