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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심일일

가짜 노동의 폐해

by 현진형

'가짜 노동'이라는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다. 출근하면 주위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모두 가짜로 보인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미 80% 이상이 책에서 말하는 가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도 유심히 지켜보면 볼수록 가짜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관리를 위한 관리 작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사실은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늪지대를 골라서 온몸의 기력을 소진하면서 간다. 오늘 하루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그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드론으로 나의 모습을 내려다보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길을 선택해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루 종일 허무에 빠져 켁켁대다가 나왔다. 갑작스레 닥친 이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살아온 20년이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간은 이런 위기에서 보통 현실도피나 외면을 택한다. 자기부정만큼 괴로운 건 없기에 자기 합리화를 선택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이것을 고민하는 이 순간의 나는 진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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