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집에서 해 먹는 음식과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정해져 있다고.
그런데 이제 언 주부 12년 차가 되고 보니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건 없는 것 같더라. 바쁘고 귀찮으면 김밥, 떡볶이도 사 먹게 되고, 마음의 여유와 하고자 하는 크~~~ 은 결심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음식들도 직접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둘 사이에 경제적인 여유는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도. 결국은 마음과 시간의 문제!
오늘의 레시피도 큰 마음먹고 인내를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 그런 손이 많이 가는 요리란다. 먹기는 세상 간편하고 좋지만 재료 준비부터 요리과정이 죄다 고된 노동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 '차라리 사 먹고 말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요리.
오늘 요리 '스프링롤(춘권)은 우리가 독일에 살 때 알게 된 레시피란다. 엄마가 한인교회 소식지를 발간하는 편집부였는데(너는 기억에 안 나겠지만, 어린 너를 데리고 편집부 모임을 갔던 적도 있었어) 거기에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파트를 담당했었거든. 숨은 요리 고수분들을 찾아서(사실 다들 고수라는..) 요리 레시피를 받아 적고 거기에 음식에 대한 추억이나 이야기를 덧붙여 한 꼭지를 채웠던 기억이 나네.
사실 우리가 흔히 먹던 냉동 스프링롤은 애피타이저나 사이드 메뉴로 다진 야채와 당면, 고기가 조금 들어있는 기름에 튀긴 만두 느낌이지만, 엄마가 배운 레시피는 속이 조금 더 풍성하고,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담백해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단다. 샐러드와도 잘 어울리고 추운 날 어묵 국물과 곁들여 먹어도 맛있는 많이 만들어 놓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살짝 데워 먹어도 되는 오늘의 레시피, 이제 출발!!!
소고기와 돼지고기 1:1비율로 하면 담백함과 고소함이 2배~!
• 요리 순서 1. 야채들을 깨끗하게(양배추는 한 장씩 떼어 사이사이) 씻어 물기를 빼준다. 2. 분량의 당면을 60도 이상 뜨거운 물에 불려준다. 3. 물기가 빠진 야채들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로 자른 뒤, 채 썰어준다. 5. 마늘과 생강을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4. 간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용기에 담은 뒤 양념을 넣고 잘 섞어준다. 5. 궁중팬에 기름을 두르고 당근, 양배추를 따로 볶은 뒤(소금 간 살짝) 볼에 담아둔다. 6. 작은 팬에 양념된 고기를 센 불에서 볶다가 고기에서 육즙이 나오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인다. 7. 6에 숙주, 부추, 불린 당면을 넣고 볶다가 불을 끄고 볶아 둔 당근, 양배추를 넣고 잘 섞어준다.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8. 7을 큰 볼에 옮겨 담고, 한 김 식힌다. 9. 스프링롤 페이퍼에 적당한 양(한 주먹 정도)의 볶음 소를 올려놓고 김밥 말듯 돌돌 말다 양쪽 끝을 안으로 접어서 끝까지 말아준다. 10.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약불에서 완성된 스프링롤을 앞뒤로 살살 굴려가며 겉을 익혀준다. 11. 피시소스나 핫소스, 흑임자 깨소스 등에 찍어서 맛있게 먹는다.
모든 야채에 소금간을 살짝해준다.
고기와 야채, 당면 모두 바로 모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익힌다. 잡채같기도.
한 줌 정도 속을 집어 넣고 한 번 말아보고 크기를봐서 내용물을 가감하도록.
이미 속이 다 익었으니 겉만 바삭하게 구워주면 된다.
네가 엄마에게 처음 칼질을 배울 때, 바들바들 떨면서(너는 처음이라 떨고 나는 너 손 다 칠까 봐 떨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 칼질 좀 해봤다고 채 썰기를 찹찹찹 해대는 너를 보며 뿌듯함이 밀려온다. 너무 찹찹찹이 많아서 힘든 요리지만 그 과정들을 통해 인내를 배우고, 나를 비워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완성된 스프링롤은 따뜻할 때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취향에 따라 핫소스나 피시소스, 흑임자 소스에 찍어 먹으면 풍미가 더해진단다.
오늘도 맛있다고 쩝쩝 먹는 너의 소스 취향은 허니머스터드!! 너의 식탁을 빛내줄 누군가의 소스 취향도 잘 챙겨주는 스위트하고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