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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고 싶은 스토리 푸드 레시피

Ep10. 라자냐

by Eunjung Kim

처음으로 라자냐를 먹었을 때, 레스토랑이 아닌, 홈메이드 라자냐를 난생 '처음'으로 먹었을 때, (속으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낯선 식감과 풍미인데 어딘지 익숙한 맛,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는데, 나는 이걸 왜 처음 먹어보는 걸까 하는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의 향연이었다고 할까?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내 고향에서 먹고 자란 엄마로선, 이 음식이 식탁을 파티로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멋진 식탁보에 정갈한 식기세트를 갖추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멋진 식탁을 차려보고 싶다고 느꼈단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라자냐는 나에게 멋지지만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음식 중 하나라 과연 내가 저런 요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시도해 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단다.

재미있는 건, 라자냐를 꼭 해 먹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19로 꽤 오랜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너를 포함해 두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던 내 인생 가장 바쁘고 힘들었던 시기에 삼시세끼 집밥과 사투를 벌이던 그 시기에 겁도 없이 라자냐를 하겠다고 나선 거지. 재료를 준비하고 레시피를 몇 번이고 보고 다시 보면서 괜히 한다고 했나, 하지 말까의 내적 고민을 수백 번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고 실패하면 그냥 조용히 내가 다 먹어야지. 해탈의 마음으로 1시간 여 시간을 진땀을 뺐던 것 같다. 레시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 처음 하는 요리라도 레시피가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반은 성공이라고 진짜 내가 라자냐를 만들어낸 거야!!! 오븐에서 갓 나온 라자냐의 자태는 어찌나 사랑스럽고 풍미는 어찌나 고소하던지.

생각해보니 처음 시도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하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는 식은 죽 먹기더라고, (물론 진짜 식은 죽 먹기보다는 어렵지만) 이게 뭐라고 도전하네 마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걱정했던 게 우스울 정도지만, 새삼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는 것을 요리를 통해 배우게 된단다. 모든 '처음'은 늘 떨리고 걱정되고, 실패할까 봐 두렵고.

요리라는 게 완전히 새까맣게 확 다 태워먹거나 돌이킬 수 없이 짜거나, 곤죽이 되지 않은 이상, 먹을만하게만 만들면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닌데, 완벽한 결과물을 상상하다 보니 조금만 이상해도 '망했다' 하기 십상이야.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매번 맛있고 매번 잘할 수 있겠어. 잘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요리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들 텐데, 사실 아직 엄마도 그게 잘 안돼. 요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일이 모두 그렇게 잘 차려진 한 상의 식탁일 수 없다는 거지. 가끔은 초라한 밥상을 대할 때도, 또 자주 멋진 파티 같은 식탁을 대할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모험적인 요리도, 음식도 조금씩 도전해보길 바랄게.


라자냐가 이렇게나 도전적이고 교훈을 주는 요리라니까!

자 이제 앞치마 불끈 매고, 요리를 시작해보자.

• 요리 순서
1. 간 고기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볶아준다.
2. 양파와 버섯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다진 뒤, 올리브유에 볶아준다.
3. 시중에 파는 토마토소스 (인공조미료가 적게 가미된)에 1,2를 넣고 중불에 5분 간 볶으며 졸여주어 라구 소스를 만든다.
4. 우유 팬에 버터를 넣고 녹으면 분량의 밀가루를 넣어 볶다가 우유를 3번씩 나누어 넣으며 농도를 맞추다가 걸쭉해지면 불을 끄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5. 냄비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한 꼬집 넣고 물이 끓으면 파스타면을 넣고 8분 정도 삶는다.
6. 파스타면이 서로 달라붙지 않게 찬 물에 씻어주고 물기를 제거해준다.
7. 트레이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라자냐 면을 바닥에 깔고, 베사멜 소스를 펴 바른 후, 라구 소스를 올려 바른 다음 체다치즈를 올린다.
8. 7의 과정을 2번 반복하고 마지막에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취향껏 뿌려준다.
9.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2~15분 정도 구워준다.
10. 적당히 잘라서 따뜻할 때 맛있게 먹는다.

따뜻한 라자냐 한 조각 위에 취향에 맞게 파슬리 가루나 핫소스를 뿌려서 먹어도 되고, 오늘처럼 상큼한 유자 꿀 드레싱 뿌린 샐러드와 같이 먹으면 좋을 거야. 좋아하는 것을 잔뜩 넣은 맛있는 라자냐는 냄새부터 기가 막히지? 나이프와 포크로 꽤 점잖게, 그러나 입가에 잔뜩 묻히고 맛있다며 먹는, 아직은 어리기만 한 것 같은 네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도 보람 있고 즐거운 한 끼였다고 엄마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Ps. 어떤 일에 도전해야 할 순간마다, 일단 시작하길 바랄게. 완벽한 실패란 없으니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두려워하지 말길! 늘 너의 편에서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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