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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Feb 04. 2024

수고로움의 미학

귀찮음을 이겨내는 힘

'빨래 개는 로봇 개발'


몇 년 전 많은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던 뉴스기사 제목이다. 2019년 LG가 빨래 개는 로봇의 특허기술을 출원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로봇이 드디어 빨래로부터 인류를 구원해 주는구나'라고 호재를 부르는 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고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유인즉슨 실상은 기술선점 차원에서 출원이지 당장 상용화를 목표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 7월 구글에서 '로보틱스 트랜스포머 2'를, 2024년 새 해가 밝고 얼마 되지 않은 1월에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빨래를 개는 모습을 각각 공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상용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사가 날 때마다 혹~ 했다가, 결국은 '이것 봐라~ 우리 이거 만들었다'라고 자랑하는 내용뿐이라(기자분들 기사 헤드라인 참 잘 쓰신다) 김이 빠진다.

물론 제품이 실제로 출시된들 일반가정에 일상적인 가전으로(건조기만큼의 가격이 되기까지) 상용화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을 안다. 빨래 개는 기계의 선두주자이던 이스라엘의 '폴디메이트'는 가격대는 100만 원 정도로 나쁘지 않지만, 빨래를 손수 펴서 넣어주어야 하고, 속옷, 양말, 수건 등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이럴 거면 그냥 내가 할게요)

결국, 여전히 인간은 빨래라는 숙제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빨래를 세탁 바구니에 종류별로 분류하고, 세탁기에 넣고 세제 넣고 기능에 맞게 버튼 눌러서 빨래하고, 건조기에 옮겨 담고 (요즘 출시되는 타워형 세탁건조기는 빨래가 마치면 자동으로 건조기로 이동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남편이 봤으면.) 건조 끝나면 빨래 바구니에 담아서 이제 잘 개켜 분류하고 서랍장까지 들어가야 진짜 '빨래~끝!'이다. 주말은 하루에 2~3번 빨래를 할 때도 있다. 세탁기도 돌고, 건조기도 돌고,  나도 돌고, 모두 함께 돌고 돌아야 끝나는 이 인생의 고뇌가 담긴 수고로움이 주는 유일한 유익이 있다면, 그것은 잘 개켜진 보송보송한 수건들이 주는 기분 좋은 개운함과, 빨아서 개킬 때마다 한 뼘씩 자라는 게 보이는 아이들의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 귀찮고 수고로운 집안일 중 하나가 바로 빨래 개기가 아닐까.

가끔 아이들 옷이 너무 더럽거나 뭐가 묻어있으면 손으로 애벌세탁 할 때가 있다. 겨우 작은 빨래 하나 빨래판에 박박 문지르면서 내 안에 모든 것을 쏟아붓듯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을 보며 가끔 깜짝 놀란다. 그냥 세탁기에 넣고 빨면 되는데 굳이 왜? 했다가도, 박박 문질러 말끔해진 빨래를 보며 고통을 통한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잘 학습된 로봇이라도  단순노동이 주는 이 기쁨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우리 엄마가(엄마 세대들 대부분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라떼는 천기저귀 빨고 삶아서 다림질하고 반듯하게 개켜서 니들 엉덩이 보송보송하게  키웠어'이다.


'아이고, 어머니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해야 하는데, 그때의 수고로움을 감내한 엄마의 사랑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때를 살아낸 엄마 세대의 삶을 존중해야 하는데, 미처 그러지 못하고 잔소리한다고 쏘아붙일 때가 많다. 지나고 그 말들을 다시 곱씹어보면, 그 수고로움이 사랑이었고 귀찮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엄마로서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한 삶이었음을 느낀다.

비록 나는 시대를 잘 만나 천기저귀 손빨래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여전히 빨래를 통한 수고로움의 미학을 배우고, 날마다 귀찮아지려는 저 지긋지긋한 빨래를 나의 우주를 키우는 소중한 소명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그래도 이 소명을 대신해 줄 로봇을 특가로 쿠팡에서 로켓배송받을 수 있는 날을 오늘도 손꼽아 기다려본다.



*참고영상

Tesla Optimus Bot Folds La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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