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이율배반에 빠진 양육에서 벗어나려면,

by Eunjung Kim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편의를 위한 일회용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세계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면서 오늘도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열두 번은 죽이고 살리고,
풍요롭고 건강한 노후를 꿈꾸면서 당장 오늘의 욕망에 망설임 없이 돈을 쓰고.


나의 머릿속의 작은 뇌는 쓸데없을 만큼 생각도 많고 사려 깊은데, 그 작은 뇌를 지배하는 자아는 이토록 터무니없이 현실과 돌한다.

지구와 세계평화는 그렇다 치자.

삶의 사소한 영역에서조차도 손바닥 뒤집듯이 생각을 바꾸고, 마음먹은 것들은 상황에 따라, 행동하기 편 쪽을 택한다. 저항보다는 순응이 익숙하고, 어렵고 힘든 것보다는 편하고 쉬운 쪽으로 몸도 마음도 생각도 다 같이 기운다. 저항할 에너지가 없다는 건 핑계다.


지난여름 방학, 무더위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위태위태 유지되어 오던 아이들과의 '슬기로운 방학 생활' 패턴이 깨져버렸었다. 불과 개학이 일주일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이들은 일어나는 시간도 제멋대로, 식사시간도 제멋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기로 했던 공부는, 미루고 미루다 하루 일과 맨 마지막으로 밀려 허겁지겁 억지로 하게 되는 하긴 싫은 일이 되었다.


'이노무시키 왜 이제 하냐, 제대로 했냐 안 했냐'


옥신각신 언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을 잡도리하고 말로 할퀸 상처로 처참해진 저녁시간이 반복되다, 차라리 말을 말자, 알아서 해라, 포기와 방치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아이 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지만 곧 핸드폰과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렇게 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잔소리하던 나도, 틈만 나면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SNS를 확인하며 순간의 즐거움을 좇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제 아이들을 나무랄 명분이 없다.

날씨가 더워서, 지쳐서 그래, 나도 살아야지.., 결국은 이율배반적 자기 합리화, 구차한 자기변명이다.

그리하여 자기변명을 집어치우고 나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나의 본성을 거스르기 위한 에너지를 단전에서부터 끌어 모은다.


핸드폰은 적당한 거리에 두고, 하교하고 온 아이들과 마주 앉아 함께 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간식을 준비해서 같이 먹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다음 할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고,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고, 나는 그 사이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게 하려면, 내가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먹을만한 음식을 공급하면 되고,
아이들이 핸드폰과 영상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스스로 할 일을 하게 하려면,
내가 손 닿는 거리에 책을 두고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음 할 일을 미리 정리해서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좋은 습관을 보며 주면 되고,
아이들이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하려면, 내가 땀 흘려 운동하고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너무 간단하지만 습관이 되기까지 나를 거스르기 위한 상당한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나의 좋은 습관이 형성되는 데 적게는 평균 2개월, 많게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은 많이 유연해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지해 주면 훨씬 빨리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나처럼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 살아온 날 만큼이나 굳은살처럼 베긴 잘못된 습관을 뜯어고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매 순간 자기 자신이 도전이고 고통이고 넘어야 할 산이 된다. 이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고 반대로 나아가기 위한 엄청난 결단과 확신-내부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보다 더 큰 격려와 동기- 외부에너지-가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흘러야 가능해진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aerker.(프리드리히 니체)


자꾸 옛 습관이 편안함이 그리워질 때, 그때의 내가 얼마나 못나고 불행했는지를 곱씹어야 한다. 매 순간 나 자신을 바로 알기란 고통스러운 쓴 뿌리를 삼키는 것과 같지만, 결국은 나를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이율배반에 빠진 육아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나를 거스르기가 죽도록 힘들지만, 내가 나를 거스르고 내 스스로가 나를 공정하게 세울 때, 그때 나도 내 아이들에게 공정한 육아 원칙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육아동지들이여, 스스로를 바로 세웁시다.

드라마 환혼

싸우고 부서져라, 너를 죽이지 못한 모든 고통은 결국 너를 성장시킬 것이다 (하인 무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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