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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Dec 20. 2016

실패의 두려움 1

글 쓰기를 망설이는 이유


요즘은 '침묵이 금이다' 보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이 훨씬 합리적인 듯 보인다.

이유 있는 침묵은 미덕이 될 수 있지만, 필요할 때 표현하지 않으면 개인의 차원으로는 내면의 부도덕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결핍과 불평등, 그리고 부조리가 용인된다.

또 억제한 만큼 더 감각을 오용하게 된다.


상사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던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평범한 밥집에서 음식이 빨리 안 나온다고 과하게 화를 낸다.
밖에서는 늘 웃고 착한 엄마가 집에서는 가장 연약한 아이에게 독재자가 되고 폭군이 된다.


사람들이 말이나 글로 표현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 도대체 어떤 식으로 운을 뗄 지를 너무 고민한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것에 비해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읽을 만한 글로 써내는 것이 너무 큰 일처럼 느껴진다.

어떤 말로 시작해서, 어떻게 논리를 전개하고, 결론을 맺을지 도통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 말을 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깊이 고민할 때 아예 말 문이  막혀버린다.

말실수하고 싶지 않고, 욕먹고 싶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중간이라도 가고 싶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완벽한 결론에 대한 조급증 때문이다.

시작을  했으니 멋진 결론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욕심이다. 어쩌면 첫 번째, 두 번째 이유 모두 완벽해지고 싶은 욕심으로 귀결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작한 이야기가 두서없이 끝나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기왕이면 기승전결이 깔끔하고, 논지와 증거가 충분한 그럴싸한 이야기로 '나 좀 잘났음'을 한 껏 뽐내고 싶은 음흉함이 저변에 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또 누가 들어도 내 이야기에 힘이 있음을, 누군가에게 영향력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완전무결함을 고집하는 것이다.


결국은 내 욕심이다.

내 욕심 때문에 내가 가진 콘텐츠가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거고, 완벽하지 못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까 봐 두려운 거다.

물리적인 박탈보다 더 두려운 것이 바로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하게 된다.

 아무것도 잃은 게 없지만 또한 아무것도 성취하는 게 없다.

나도 위의 이유들 때문에 여태 브런치를 시작하고도 글 한편 올리기가 힘들었다.

그 부작용이 드러났다.

머릿속에 가득한 것을 표현하지 못해,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심리적 박탈감에 몸부림쳤다.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환희를 맛보려면 답답한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고치를 뚫고 나와야 한다.  탈피하지 못하면 고치 속에서 죽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면서 탈피를 시도하기로 했다.


올여름에서야 원서로 읽었던 The Alchemist의 한 구절이 새삼 와 닿는다.




 

There is only one thing that makes a dream impossible to achieve.
: The fear of failure.
 -The Alc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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