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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Dec 20. 2016

영화가 끝난 후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원작-
-나가이 아키라 감독-


한 줄 감상

주연 배우 때문에 봤는데, 주인공 이름값 하는 영양가 있는 영화.


내 맘대로 영화 스토리

시한부 청년에게, 하루 생명을 연장해 주는 대가로 청년 주변의 것 중 하나를 없애자는 청년의 모습을 한 악마가 거래를 해온다.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이 거래가 성립된다.

삶의 변수의 등장이 늘 그렇듯 청년의 병도 예고 없이 찾아와, 갑작스럽게 진행된다.

그 혼란을 틈타 삶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애착을 부추기며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어둠의 유혹.


처음에는 전화가  사라진다.

옛 여자 친구와의 만남의 키(key)가 되었던 전화.

둘 만의 추억이 가득한 전화가 사라지자 만남의 계기가 사라지고 현실에서 둘 사이의 인연도 사라진다.

그 대가로 얻은 하루가 꿈같이 지나고 다음날, 세상에서 영화가 사라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DVD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와의 만남도 영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친구는 매일 영화를 추천해 주며 청년과 친구가 되고, 영화의 명대사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공통분모를 확인한다. 그러나 영화가 사라지면서 친구와 우정을 잃는다. 그리고 셋째 날을 맞이한다.


시계가 사라진 세상.

청년의 아버지는 시계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중간중간 과거 회상씬(scene)이 등장하는데 늘 과묵하기만 한 아버지의 등판은 그와의 거리감을 느끼게 해준다. 시계가 사라진다는 건, 어쩌면 기억 속에 늘 등판만 보이던 아버지의 존재마저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얻은 또 하루.

이미지 캡쳐.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책 표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초반에 우편배달부 청년의 자전거 바구니에 담긴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청년의 유년시절 특별한 만남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게 된 고양이 '양상추'다. 물론 기르던 고양이는 중간에 죽고, 새 고양이 '양배추'를 키우게 되는데, 이 고양이는 단순히 주인공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청년의 어머니와 함께한 순간들이고 그의 가족이었다.

여기서 청년은 어머니와의 대화를 회상한다.

네가 태어난 이후 내 인생이 얼마나 멋지게 빛났는지 넌 모를 거야
이미지 캡쳐.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중.

시한부 삶을 살던 어머니는 죽음 앞에서 담담했고, 고양이를 건네며, 고양이에게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곁에 있어주는 거라면서.

가족이 함께 해변가에서 추억을 남기는 모습을 회상하면서 청년은 은밀한 거래를 해온 이에게 말한다.


당신은 나지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만들어 낸 나.

청년은 또 다른 자신에게 '삶의 모들 순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을 감사해한다. 살아온 모든 순간이 치열하거나 아름 다웠거나, 결국 그 과정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깨달음은 내 존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에서 자유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다시 현실.

청년은 아버지에게 쓴 편지 한 통을 들고  이른 새벽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눈부신 햇살을 뒤로하고.



내 맘대로 감상

나는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했다.

청년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너의 멋진 순간들'이라는 편지가 마음을 계속 울렸다.

그 편지에는 추운 날 따뜻한 코코아 같은 위로가 있었고,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첫발을 내딛게 해주는 용기가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나는 내 하루의 목숨과 바꿀 만큼 하찮은 것들을 당장 말해야 한다면, 무엇을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삶이 길이가 얼마가 되었든 간에  내 눈으로 담았던, 손 끝에 닿았던, 온몸으로 견뎌낸 모든 것들과 바꿀 만큼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음을 고백한다.

결국 그 모든 추억 속에 위로와 용기가 있기에 언제든 꺼내어 웃고 웃으며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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