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을 심는 이유
나에게 묻는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이 된 그 어떤 시점이어도 좋으니,
어른이 되어 엄마와 단 둘만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있었는가.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보니, 나는 결혼 하자마자 훌쩍 엄마 품을 떠났다.(먼 외국으로) 그 이후(귀국하고) 서로 자주 왕래는 했지만, 가족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분산된, 시끌벅적한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엄마와 단둘이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을 있었으니, 만나는 순간은 좋았다가 헤어짐은 늘 아쉽다는 것이다. 엄마는 헤어지는 인사에 꼭 이 말을 했다.
'제 새끼 챙기느라 엄마한테 와서 어리광도 못 부리고 가네.'
'그러네. 어른이 되고나서, 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엄마 앞에서도 내 아이를 챙기느라 늘 바빴네.'
2018년, 5월 10일. 나는 예정일보다 무려 석달이나 빨리 출산을 했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출산 에피소드는 '생사의 요단강을 건널 뻔 했다는 것과 그로인해 나와 내 가족의 삶이 180도 변했으며, 모두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라고 정리하려한다.
답답했던 모체의 동굴에서 벗어난 나의 쌍둥이들은 아직 병원 신생아실에 있고, 나는 산후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복귀하였다. 집으로 복귀했을 때, 금쪽같은 딸을 수발해주러 온 나의 엄마가 나를 맞아주었다.
일주일동안, 나는 마치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처럼 엄마의 보살핌을 200% 누렸다.
매일 아침 똑딱거리며 열일하는 칼과 도마를 거쳐, 매끼 새롭게 나오는 담백한 국과 반찬들이 역시 우리 엄마 손맛이다. 누구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내 엄마의, 나를 위한 정성 가득한 식탁은 지쳐있던 나에게 엄청난 힐링이었다. 엄지공주처럼 작고 귀여운 내 엄마가, 요정처럼 뚝딱뚝딱 맛난 음식을 만들어주고, 내 남편과 내 아이를 보살피느라 종종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장 큰 힐링은 엄마와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한 시간들이었다. 내 엄마는 당신이 알지 못한 시간속에서 힘들어 했을 나를 위해 우셨고, 힘들게 낳은 제 새끼 한 번 안아보지 못하고 병원에 두고 온 내가 안쓰러워 또 우셨다. 나는 엄마의 팔베개에 안겨 울었고, 엄마의 따뜻한 위로의 품에서 잠들었다.
내 엄마는 말했다. 교회도 안 다니시는 우리 엄마가, 계신지 안계신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기도를 하신다고.
'내 새끼가, 제 새끼 때문에 힘들어 하는거 못보겠다. 내 딸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봐야 내가 웃으며 살지'
내 엄마는 그렇게 일주일동안 나는 온전히 엄마의 아기였고, 엄마는 나를 조금 더 키워놓으셨다. 다 큰 자식 진자리 마른자리 살피고, 매일 아침 딸의 안색을 살피셨다. 정작 나는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엄마는 더해주지못해 미안해 하며, 일주일 뒤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셨다.
엄마와 일주일을 어리광을 부리며 온전히 함께 보내고 나니 그동안 내가 참 이기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행복해 할때 내 엄마가 웃고 있는 모습은 미처 보지 못하다가, 내가 힘들 때, 울고 있을 때, 마음으로 울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아. 그래. 나는 행복해야겠다.
내 앞에서 조잘대는 나의 큰 아이와 병원에서 열심히 잘 커주고 있을 두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위해 눈물을 닦고 행복해질 준비를 해야겠다. 나의 행복이 곧 내 엄마의 평안이기에 나는 열심히 행복해질 것이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뜬금없이 나는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게 된다. 누구보다 내 행복을 간절히 원하는 엄마, 더 행복해질게요.
신이 봄날을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이유는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를 재느라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어떤 씨앗이라도 심으라는 뜻이다. <관계의 물리학, 림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