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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Sep 24. 2019

[하루한편] 걸레 같은 내 글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9월 24일 화요일, 67번째


오늘 하루 틈틈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임재성 님이 지으신 <삶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라는 책입니다. 본격적인 감상문을 쓰기에는 아직 읽는 중이라 그럴 수 없을 듯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추후에 시간과 의욕이 생긴다면(...) 번듯하게 완성된 글로 브런치에 남길 수도, 남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간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잘하고 싶었던지라 수시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들여다봅니다. 정작 실천을 하지 않아서 매번 새롭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하여간 이번 임재성 님의 책도 그렇고,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빠지지 않고 인용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언뜻 도발적이지만 뭐라 반박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남긴 사람이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여서는 아닙니다. 이 말이 글쓰기의 핵심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겠죠. 붓질 한 번으로 멋진 글자를 써 내려가기 어렵듯이, 훌륭한 글은 한 번에 나오지 않으니까요.


대리석에서 훌륭한 조각상이 만들어진 과정처럼, 필요 없는 것을 모조리 깎아낸 다음에야 비로소 세상에 내보일만한 글이 나오는 것이겠죠. 그 지난한 깎아내기의 과정. 저는 지금껏 글을 써오면서 소위 탈고나 윤문을 거의 하지 않았던 지라 새삼 부끄럽기도 하고, 문득 머릿속에 자학 섞인 푸념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껏 내가 써온 글들은 글이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걸레 같았구나. 날씨 좋은 날, 누군가 내놓은 건조대를 보니 걸레만 잔뜩 널려있는 풍경 같은? 그러니 조회수든 뭐든 언급되기 어려웠던 게 당연하지 않나 싶었죠. 대체 왜 쓰였는지 불분명한 목표와, 두루뭉술한 메시지들. 돌이켜보니 무지막지하게 부끄러워집니다.


글의 시작에서부터 마무리까지, 고민하고 세상에 내보이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글을 쓰는 일은 들어가는 품에 비해 보상이 너무 적지 않나 싶을 때도 있지요. 그렇다고 성의 없이 내놓고는 요행을 바란다면 대번에 티가 납니다. 이다지도 까다롭다니!


그래도 어쨌거나 씁니다. 오늘도 걸레를 하나 널어놓은 셈이지만, 이 걸레라는 표현이 참 마뜩지 않습니다. 결국 고치고 고쳐서 나중에 훌륭한 무언가가 된다면, 걸레보다는 다른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 속담도 있으니 구슬?


걸레에 비하면 구슬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우니 적절하지 않군요. 그래도 어쩐지 그 동글동글한 이미지나, 마음속에 잘 간직해두고 싶다는 의미에서 구슬도 좋아 보입니다. 오늘도 구슬 같은 글을 한 편 굴려봅니다. 데굴데굴 구르다 보면, 어디로든 가있을 테고 무엇이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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