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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Sep 25. 2019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는 자세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9월 25일 수요일, 68번째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부산을 갔었습니다. 매년 차례를 지내느라 여행은커녕, 큰집에 들리는 게 관례였는데, 올해 설부터 지내지 않게 되었거든요. 덕분에 연휴 내내 쉴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럴 때가 아니면 가족이 다 함께 모일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가족 여행을 가는 걸로 결정되었습니다.


하여 여행을 다녀온 것까진 좋았는데, 모든 일정을 마치고 대구로 올라오던 중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계곡 근처에 위치한 식당이어서 비 포장된 바닥에 자갈이 널려있었는데 그게 문제였나 봅니다. 평상시 아무리 떨어뜨려도 멀쩡하던 핸드폰 액정이, 깨져버린 겁니다.


화면 좌중간에 생긴 균열은 돌에 찍힌 것처럼 -자갈바닥에 떨어졌으니 실제로도 찍혔을 테지만- 패인 자국을 중심으로 해 좌우에 여러 갈래로 퍼져 화면 끝까지 이어져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거슬렸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새삼 깨달았지요.


그럼에도 걱정은 됩니다. 실수로라도 떨어뜨리는 날엔 액정이 박살이 나서 핸드폰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어딘지 사람의 상처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와 싸웠거나, 연인과 헤어지거나, 마음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균열이 생기지요. 그 당시에는 죽을 듯이 아파도 점점 괜찮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은 아닌데 말이죠. 으레 시간이 지나면 상처도 낫는다고 하지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가벼운 찰과상은 그럴 수 있지만, 마음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한 상처는 '나은 것'처럼만 보입니다. 방치해두었다가 악화된 형태로 돌아오지요. 상처를 돌보는 적절한 방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든지, 일기나 편지 같이 글을 쓰든지, 상담을 받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고 상처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이용해서 더 큰 상처로 이어지지 않게 치료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액정이야 깨져도 바꾸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어디 그럴 수 있나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데,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를 통해 강해진다구요? 인간을 부술 정도의 상처는 예외입니다. 강해지기 전에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균열을 돌아보아야할 겁니다.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의 상처도 돌아보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더라도, 한 번쯤은 글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께도 그런 상처가 있다면, 이제라도 돌아보시면 어떨까요. 살아갈 날은 많고, 상처를 입을 순간도 많을 겁니다. 그때마다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돌보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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