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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Sep 26. 2019

그럴 기분, 기분의 문제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9월 26일 목요일, 69번째


이번 주 월요일부터 운동을 나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날은 매우 힘들었지만, 두 번째 날은 더욱 힘들었고, 세 번째 날도 여전히 힘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어찌나 힘들던지. 허벅지며 어깨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더군요. 오늘은 운동을 쉴까, 쉬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릅니다.


기어코 운동을 하기는 했습니다. 일단 집만 벗어나면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집에 있으면 늘어져있고 싶은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햇볕을 보면 어쩐지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요, 이 기분. 이 기분이라는 게 참 오묘합니다. 대체 '그럴 만한' 기분이라는 건 뭘까요.


괜히 축 처지는 날이 있습니다. 비가 온다거나, 구름이 잔뜩 끼었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유독 그런 기분입니다. 혹은 잠을 잘 못 자서, 너무 피곤해서, 배가 고파서, 온갖 이유가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분에 따라 어떤 일을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합니다. 설령 하더라도 성과가 나쁠 때도 있지요.


그렇다고 기분이 모든 걸 결정하냐면 그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 가령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면 내 기분이 나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죠. 기분이 너무 별로라서 일하고 싶지 없을지언정 일단 회사에 가야 할 겁니다. 물론 저는 회사를 다녀보지 않아서 어디까지나 추측(...)해볼 뿐이지만요.


대학교를 예로 드는 게 낫겠군요. 도저히 강의를 듣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기 전 스무 살 초반의 저는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자체 휴강을 했습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제가 책임져야 했지요. F학점을 받거나, 혹은 재수강을 해야만 하는 학점을 받았거든요.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억지로라도 나갔습니다. 학교 앞에서 살고 있으니 강의 시간 15분 전에도 작심하고 뛰면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그렇게라도 출석일수를 챙겼고, 어떻게 학점을 복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남들은 편하게 다닌다는 졸업학기까지 19학점이나 들어야 했지만요.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오면 철이 든다고 하는데, 기실 '철이 들었다'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일을 대할 때에 기분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철들었음'일까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러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그저 해야 할까요?


닥치고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때로는 기분에 따를 필요도 있으니까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접근방식을 달리 해야겠죠. 일 자체를 달리 바라보거나, 일을 하기 전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평불만의 순간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겁니다.


'기분'은 일시적입니다. 그 힘이 대단한 듯이 보여서 어찌할 수 없는 대상으로 느껴지지만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기분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떤 기분을 어쩌지 못할 것 같은 순간, 오히려 내가 그 기분에 취해 있고 싶은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어떤 '기분'의 하루셨나요? 좋은 기분이셨다면 그건 그것으로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혹시나 슬프고 조금 지치는 날이라면, 그 기분으로 오늘 전체를 꾸리시기보다 맛있는 저녁이라도 드시면서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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