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Oct 18. 2019

브런치 작가로 먹고살려면.

지속 가능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들.

브런치 작가? 사실상 블로거.

저는 취미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로 좋아서 쓰고 있냐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남에게 보일만한 재주가 글 쓰는 것 밖에 없으니 (...) 글이라도 써야지 어떻게 하겠냐, 그런 느낌에 가깝습니다. 기왕이면 돈이 되거나 커리어로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브런치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서 올해 1월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브런치로 작업 관련 문의나, 강연 등 각종 제의를 받아본 적은 한 번 정도? 이마저도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영화 시사회 초청이었는데 대체 어느 창구로 저를 알게 되어 초대해주셨는지는 알 수가 없어서 브런치를 통해서 연락해주신 게 아닐지 추측해볼 뿐이거든요. 여하간 그 한 번을 제외하면 브런치를 통해 작가 내지는 창작자로서의 실감을 얻어본 적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 그럴 게 잠시 자성의 시간을 가져보자면 올라오는 글이 하나 같이 일기에 가까운 글인 데다가, 가끔씩 리뷰나 올리는 정도이니 대체 뭘 믿고 글을 맡기거나, 일을 부탁하겠습니까. 제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 없이 글 비슷한 것을 올리고 있으니. 그러던 차, 인스타에서 다음 광고를 발견합니다. 조금 놀랐달까요.


오우, 도발 좀 할 줄 아는 고양이인가?


'돈 안 되는 브런치'...?

문구를 보자마자 뜨악했습니다. 브런치 쪽에서 이 광고를 보면 적잖이 기분 나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이 광고를 접했을 실제 브런치 작가 분들이나,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는 분들의 의견은 어땠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이기는 합니다. 적어도 저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브런치-글쓰기가 돈이 안 되는 건 지금 당장이야 괜찮지만, 뭔가 피드백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피드백'. 글에 대한 적절한 반응. 좋은 글을 썼다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겁니다. 브런치 메인에 걸리든, 아니면 수십 번 공유가 되면서 입소문이 나든.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서 제가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주변에 말하면, '그런 게 있었단 말이야?'라는 반응이 돌아왔던 게 일반적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브런치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더군요!


절대적인 독자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자와 플랫폼의 문제를 탓하기 전에 좋은 글을 쓰는 게 작가에게 선행되는 의무겠지만 저는 글을 내보이고 싶던 욕심이 더 컸던지라, 종종 브런치가 지닌 한계를 느낄 때면 소위 현자 타임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걸 꾸역꾸역 쓴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목적성이 없이 글 비슷한 것만 쓰는 일도 문제지만 말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

저는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썼습니다. 그러나 오래 지속하지 못했죠. 한참 글을 올렸다가도, 모조리 지우거나 비공개로 돌려버리고는 했습니다. 그 이유는 열심히 글을 써서 올린들, 조회수나 댓글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누군가 봐주기를 원하고 올린 글이 누구에게도 닿지 않으니, 굳이 써야 할 이유도 공개해야 할 필요도 모르겠더군요.


지금 와서 그때 쓴 글을 보면 부끄러운 역사일 뿐이라서, 비공개로 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만일 쌓아두었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요? 글쎄요, 회의적이긴 합니다. 종종 네이버 블로그의 안부 게시판이나, 쪽지로 '블로그를 팔아달라'는 제안을 받을 때가 있는데 도무지 저의를 알 수가 없더군요. 엥? 이게 진짜 돈이 된다고? 그럴 리가!


제가 모르는 블로그 마케팅의 비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찾으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글을 읽을까요? Youtube까지 득세하는 마당에 블로그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해보지도 않고 말하기는 어려운 노릇이겠습니다만. 하긴 읽을만한 수준의 글을 꾸준히 올려보지도 않았으니, 이렇게 써놓은들 경지에 올라보지 못한 자의 푸념에 불과할 듯합니다. 


좋은 글은 먹힌다. 그럼에도.

좋은 글은 어쨌거나 통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정말로' 좋은 글이라면 언젠가는 닿을 겁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렇게까지 좋은 글을 쓰지 않아 아직까지 닿지 않았을 수도 있는 셈이라 좌절감에 속이 쓰리지만(...), 저의 감정과 별개로 좋은 글은 기어코 독자에게 닿을 거라는 믿음은 굳건합니다.


브런치만 해도 그렇죠. 이곳에도 얼마나 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까. 그중에서도 정말 좋은 글은 읽히고 편집되어 책으로 나오기도 하며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문제는 결국 '퀄리티'입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지속 가능한 글쓰기가 가능하냐, 이거죠. 곳간에서 인심 나고, 뭐라도 먹어야 나오는 게 있듯이. Out-put이 있으려면 In-put 있어야지요.


작가에게는 무형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니 무형의 관심 따위 없어도 좋으니(!) 돈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위의 광고는 글쓰기와 관련한 '돈'의 문제. 단순히 '돈'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생존의 문제와 이어져 있습니다. 작가가 무슨 신선 같은 존재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루에 한 줌의 견과와 이슬만 먹고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지속적인 수익'은 좋은 글뿐만이 아니라 창작 그 자체의 동력이지요.


생존의 문제.

위 광고가 요즘 인기몰이 중인 <타짜 1>의 등장인물 곽철용의 명대사를 오마쥬했다는 건 알겠지만, 어쩐지 입맛이 영 씁니다. 21세기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예술계 종사자가 생활고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글 쓰고 돈을 안 받으면 변사체가 된다'는 말은 참, 그저 영화 패러디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측면이 있지요.


그러나 '점잖은 소리'나 하고 있기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블로그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비단 브런치 작가만이 아니라 블로그 비슷한 것을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통된 관심사 아니겠습니까. 결제를 해야 게시글을 열람할 수 있는 포스 타입이나, 후원을 가능하게 하는 패트론 같은 사이트도 있으니까요.


해당 사이트마저도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창작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줍니다. 심리적인 게 아니라 물질적인 동기라는 측면에서 더더욱 중요하지요. 좋아서 하는 일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요. 본업이 있다면 수익이 없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죠. 여하간 피드백. 무엇이 되었든 피드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브런치를 해나간다면.

브런치에는 당연히 '브런치에 관련된 글'도 더러 올라옵니다. 어떻게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느냐, 어떻게 메인에 뜨느냐. 저도 궁금합니다. 한 번 메인에 떠보고, 조회수 10만, 100만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음험한 욕망의 근저에는 '돈' 보다는 관심을 받고 싶다는 관심종자로서의 부분이 더 크지만 돈이든 관심이든 그러한 것들이 계속해서 글을 쓰는 데에 힘이 되어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딱히 관심도 크게 받지 못하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쨌거나 글에 관심이 있고, 하고 많은 글 중에서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은 읽혔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기에, 저는 브런치 같은 공간이 참 소중하다고 여깁니다. 돈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지요. 더욱이 위의 광고가 나오는 건 그만큼 브런치가 가지는 위상이 높다는 반증 같기도 하고요(웃음).


언제까지 자기만족으로만 글을 쓸 수는 없으니, 제 스스로 브런치를 지속하는 목적을 재고해봐야할 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글쓰기는 결국 작가 본인이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아직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즐겁고, 평생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계속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 여정이 계속되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부단히 노력해야겠지요.


끝으로

용두사미 같은 글이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뭐? 라는 의문이 들지 않으실까 싶어 부랴부랴 말미에 조금 더 덧붙입니다. 브런치에서는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비롯해, 브런치 작가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작가 자신도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살려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글은 결국 '내'가 쓰는 것이므로, 외부적 조건과 상관 없이 지속을 위한 내적 조건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건 너무 잘 알려진 부분이라 굳이 적지 않아도 좋겠지만, 그럴 수록 더더욱 입밖에 내어야 한다고 봅니다. 글은 '내'가 쓰는 것이고, 그 결정도 오롯이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쓸 것이냐, 말 것이냐. 누구도 나에게 강요할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든 쓰다보면, 무엇이든 되지 않을까. 다소 막연한(...) 기대도 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탄산, 그 끊을 수 없는 유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